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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베토벤과 함께라면 24시간 얘기할 수 있어”

등록 2019-05-02 05:00수정 2019-05-02 07:14

다음주 내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인터뷰
소나타 전곡 50회 이상 연주
전곡집 무려 세번이나 발매
내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7일 대구 시작 순회 연주회

“베토벤은 내 음악인생의 중심
수백법 연주한 곡도 다시 도전케 해
생일 축하 대규모 기획 준비 중
젊은 느껴지는 한국 공연 기대돼”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 제공
살다보면 운명 같은 만남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3)에겐 베토벤이 그렇다. 평생 함께하고 있음에도 그 깊이의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베토벤의 음악은 운명처럼 다가와 그에게 늘 질문을 던진다. “베토벤과 함께라면 어떤 주제로도 24시간 내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소문난 베토벤 ‘덕후’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부흐빈더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7일 대구를 시작으로 인천, 서울 등 한국에서 다섯번의 연주회를 여는 그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처음 베토벤 곡을 연주했을 때부터 베토벤이 내 세계의 중심이 될 거라고 느꼈다. 베토벤은 내 레퍼토리와 인생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부흐빈더는 유럽에선 친숙한 연주자지만 한국에선 뒤늦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2012년 첫 내한 독주회에서 고령임에도 베토벤 소나타를 완벽한 타건과 카리스마 있는 연주로 들려주면서 이름을 알렸다.

현재까지도 최연소 기록인 다섯살에 빈 국립음대에 입학했던 그는 스무살에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 입상하며 시선을 끌었다. 지금껏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로 100장이 넘는 음반을 냈는데 이 중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집은 무려 세개나 된다. 같은 레퍼토리로 세번이나 앨범을 낸 이유를 묻자 그는 ‘해석의 변화’를 꼽았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베토벤에 대해서 연구하고 알아갈수록 제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껴요. 바로 그 감정이 제 해석에 변화를 주는 것이고요. 베토벤이라는 한 예술가는 제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에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선물처럼 안겨준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저의 베토벤 연주에 대해 ‘전보다 자유로워졌다’고 표현하는 데 저도 동의하고 있어요.”

에베레스트 등반에 비유되기도 할 만큼 어려운 소나타 전곡 연주를 50회 넘게 한 그는 베토벤 소나타 편집본 39판을 소장한 열정적인 악보 수집가이기도 하다.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일은 정말 아름다운 취미인 것 같아요. 한 예술가의 생애와 역사를 수집하는 것과 같거든요.” 이번 한국 공연에선 리스트가 베토벤의 오리지널 운지법에 집중해 편집한 악보로 연주한다. “베토벤의 운지법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테크닉과 운지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베토벤의 정체성이 그대로 담긴 편집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인지 리스트 편집본에 자주 손이 가요.”

그가 생각하는 베토벤은 ‘로맨틱한 작곡가’이자 ‘혁명가’다. “베토벤은 ‘에스프레시보’(espressivo, 풍부한 감정으로) 바로 뒤에 ‘아 템포’(a tempo, 원래 빠르기로)를 표기한 유일한 작곡가예요. 풍부한 감정에 더해 빠르기의 변화까지 요구한 혁명가죠. 한 악장에 많게는 7~8번 템포를 바꾸거든요. 후대인 저희에게 많은 선택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이 저에게는 로맨틱하게 느껴져요.”

오는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그는 베토벤 소나타 ‘10번’ ‘13번’ ‘8번 비창’ ‘23번 열정’ ‘25번’을 연주한다. 부흐빈더는 “베토벤 작품은 다 어려운데 그중 ‘열정’ 소나타는 베토벤 본인에게도 거대하고 어려운 작품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웃은 뒤 “베토벤 곡은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면들이 발견돼 수백번 연주했던 곡도 또다시 도전하고 싶게 만든다”고 했다.

올해는 특히 분주한 한해가 될 듯하다. 베토벤 탄생을 축하하는 연주회 일정이 빼곡한 와중에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과 새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베토벤의 역작이자 대규모 변주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디아벨리 변주곡’을 (독일 작곡가인) 막스 리히터 등 11명의 유명 작곡가들과 함께 작업할 예정이에요. 음반과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의 공연은 6년 만이라 설렘도 크다. “한국은 공연장에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나라이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큰 힘이 되곤 해요. 다른 나라 클래식 공연장에는 한국만큼 젊은 관객들이 없거든요. 제 공연을 꼭 찾아주시길 바랄게요.(웃음)”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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