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병산서원 등 조선 시대 성리학의 배움터였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 문화재청은 10일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가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을 등재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코모스는 여러 나라가 등재 신청한 유산을 조사한 뒤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네가지 권고안을 내리는데 등재 권고를 받으면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한국 정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해달라고 신청한 ‘한국의 서원’은 풍기군수 주세붕이 1543년 건립한 최초의 사액서원인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대구 도동서원, 경남 함양 남계서원, 전남 장성 필암서원, 전북 정읍 무성서원, 충남 논산 돈암서원 9곳이다.
조선 중기 이후 전국 곳곳에 세워진 사설교육기관인 서원은 성리학을 교육·연구하는 한편 유학의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공간으로 지방의 도서관 또는 서적출판소의 역할도 담당했고 사림 결집의 구심점이기도 했다. 통상 서원은 앞쪽엔 강당과 기숙사를 갖춘 교육 공간을 배치하고 뒤쪽엔 선현을 봉안·제향하는 제사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서원의 건축 틀거리는 보편적인 형태를 지니지만 자연 지형과 경관에 따라 각기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특히 자연과의 조화, 건물 배치의 절제된 형식과 질서를 통해 자연과 인공을 합일하려는 건축적 이상을 추구했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이 조선 시대 성리학이 사회 전반에 보편화됐다는 증거이자 성리학의 지역적 전파에 이바지한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코모스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평원으로부터 이집트의 피라미드, 호주의 산호초, 남미의 바로크 성당 등 자연·문화유산이 모든 인류에게 속하는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세계유산으로 등재한다. 한국은 지난 2016년에도 서원을 등재 신청했다가 서술의 재작성, 비교연구의 보완, 유산으로서의 논리 강화 필요성 등을 이유로 등재 반려를 받아 신청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다만, 이코모스는 추가적 이행과제로 세계유산 등재 이후 9개 서원에 대한 통합적 보존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서원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다음달 30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 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하회·양동마을, 남한산성, 백제역사 유적지구, 통도사·부석사 등 사찰 7곳 등 13가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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