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세계 대중음악의 상징적인 장소인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첫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일(현지시각) 저녁 7시30분 웸블리 스타디움은 방탄소년단 왕국으로 변신했다. 6만석을 가득 채운 팬클럽 ‘아미'는 고막을 찢을 듯한 환호성을 내지르며 ‘21세기 비틀스’의 재림을 환영했다. 방탄소년단은 강렬한 힙합 곡 ‘디오니소스'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유럽 투어의 포문을 열어젖혔다. 팬들은 연신 “오 마이 갓”을 외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1923년 대영제국 박람회장으로 개장한 이후 세계 축구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음악 공연장으로도 사용한 건 1972년부터다. 마이클 잭슨이 15차례, 롤링스톤스가 12차례, 마돈나가 9차례, 엘턴 존이 7차례 공연했다. 이밖에도 건스 앤 로지스, 데이비드 보위, 핑크 플로이드, 이글스, 유투, 브루스 스프링스틴, 본 조비 등 쟁쟁한 스타들이 무대에 섰다. 다만 1970년 해체한 비틀스는 이곳에서 공연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공연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도 소개된 1985년 7월 ‘라이브 에이드'다. 지금의 경기장은 2007년 다시 지은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각) 공연을 앞둔 웸블리 스타디움 전경.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국 가수가 공연하는 건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애초 이곳에서 1일 하루만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티켓 오픈 당시 90분 만에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2일 공연을 추가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이틀 공연 통틀어 티켓 12만장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강한 영국식 악센트로 “아름다운 밤이다. 우리 공연에 온 걸 환영한다”고 첫인사를 던졌다. 이어 진이 비슷한 말투를 흉내 내자 뷔는 “진의 영국식 악센트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그러자 정국도 ‘dirty' ‘better' ‘butter' 등 ‘t'가 들어간 단어들을 영국식으로 발음해 웃음을 자아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멤버별 솔로 곡을 비롯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쩔어' ‘뱁새' ‘불타오르네' ‘아이돌', ‘페이크 러브' 등 히트곡 24곡을 2시간40분 동안 불렀다. 공연장은 공식 응원봉인 ‘아미밤'의 불빛과 팬들의 파도타기 응원으로 장관을 이뤘다. 영국은 물론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팬들은 리듬에 몸을 맡기고 안무를 따라 췄다. 한국어 가사를 조금도 틀리지 않고 따라부르는 건 기본이었다.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혁신적인 무대장치도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디오니소스' 무대에 등장한 표범, 지민의 솔로 곡 ‘세렌디피티' 무대에 나온 거대한 동그라미, ‘앙팡맨'의 미끄럼틀은 풍선 로봇인 ABR(Aero Ballon Robot) 장치를 활용한 것이다. RM의 ‘트리비아 승: 러브' 무대에는 AR(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됐다. 방탄소년단은 메인 무대와 공연장 가운데 마련한 보조 무대를 수시로 오가며 관객들과 호응했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자 일곱 멤버는 아미들에게 시선을 맞추며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진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어요. 이걸 따라하지 않을 수 없네요”라며 “에∼오”를 선창했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1985년 웸블리 스타디움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한 퍼포먼스를 흉내 낸 것이다. 그러자 아미들은 열광하며 “에~오”라고 화답했다.
지민은 “오늘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죠. 가슴 깊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여러분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슈가는 “드디어 웸블리네요. 사실 저도 티브이로만 봤어요. 정말 런던은 항상 제게 잊지 못할 충격을 남겨주네요. 오늘 즐거우셨나요? 오늘을 절대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각) 공연을 앞둔 웸블리 스타디움 전경.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RM은 “모두가 빌보드 차트를 말할 때 정말 고마웠지만, 사실 더 놀랐던 건 우리가 영국(UK) 차트에 올랐을 때였다. 여러분은 언제나 역사적으로 대단한 뮤지션을 배출했다. 그래서 영국은 내게 더욱 소중한 곳”이라며 “여러분은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된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방탄소년단은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 노래하겠다”고 약속했다.
뷔는 “오늘 밤 이 기분을 평생 기억하겠다”고 했고, 제이홉은 “이 순간을 아미와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감격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정국은 앞으로도 이 여정을 함께하자며 팬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이날 공연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브이(V)라이브를 통해 세계에 생중계됐다. RM은 영상을 보고 있는 한국 아미들을 향해 “한국에서도 잘 보고 계시죠?”라고 말했다. 한국시각으론 2일 새벽 3시30분이었는데 에스엔에스에선 방탄소년단 웸블리 콘서트를 보고 있다는 인증 글들이 넘쳐났다.
방탄소년단은 2일 같은 곳에서 한번 더 공연한 뒤, 오는 7~8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월드 스타디움 투어를 이어간다.
런던/연합뉴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