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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국 떠돌던 조선 옹주의 백자항아리가 돌아왔다

등록 2019-06-19 08:59수정 2019-06-19 09:26

국외재단 미국서 환수된 백자, 인장 공개
2월 뉴욕 경매서 국내 기업 지원으로 매입
미국에서 환수된 ‘백자사각호’의 몸체.
미국에서 환수된 ‘백자사각호’의 몸체.
백자 사각호의 아랫면.  ‘이동궁(履洞宮)’ 명문이 청화로 적혀있다.
백자 사각호의 아랫면. ‘이동궁(履洞宮)’ 명문이 청화로 적혀있다.
작지만 다부진 몸체. 기품이 감돈다. 임금의 딸이 살던 궁이름이 쓰여진 백자 사각항아리다. 곁엔 지금은 이름조차 모르는 옛 왕족의 개인 도장이 놓였다. 이 두점의 조선왕실 유물이 이역을 떠돌다 최근 고국에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9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국외 환수유물 언론 설명회를 연다. ‘이동궁(履洞宮)’ 명문이 적힌 ‘백자사각호’와 ‘중화궁인(重華宮印)’이란 명문이 찍는 면에 새겨진 조선 왕족 추정 개인 인장을 내보인다. 재단의 자료들을 보면, 두 유물은 재단 직원들이 연초 미국 경매사들의 출품 목록을 검색하다 찾아냈다. 그뒤 재단은 문화재지킴이 협약을 맺은 온라인게임사의 기부금 지원으로 지난 2월 열린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본햄 경매에 나가 두 유물을 낙찰받고 들여왔다.

‘백자사각호’는 19세기 경기도 광주에 있던 조선왕실과 관청의 도자기 제작소인 분원 관요에서 만들어졌다. 높이는 10.5cm이며, 바닥면에 청화안료로 쓴 ‘이동궁’ 명문이 보인다. 궁(宮)은 왕실 가족이 쓰던 장소에 두루 붙이던 명칭. 임금이 정비 사이에 낳은 딸인 공주, 후궁 사이에 낳은 딸인 옹주가 혼인하고서 살던 집도 궁으로 불렀다. 왕실 가족의 집인 궁가는 ‘사동궁’과 ‘계동궁’ 처럼 살던 지역의 이름(지명)을 따서 붙여지는 사례가 숱했다. 환수된 사각호의 명문 ‘이동궁’의 ‘이동(履洞)’ 또한 서울 도심인 중구 초동 일대를 일컫는 옛 지명인데, 생전 이동에 살았다고 기록에 전해지는 정조의 딸 숙선옹주(1793~1836)의 궁가에서 사용된 물건으로 추정된다.

조선 왕족 개인의 인장으로 추정되는 ‘중화궁인’의 몸체 모습. 상서로운 동물인 서수의 모양으로 손잡이를 빚었다.
조선 왕족 개인의 인장으로 추정되는 ‘중화궁인’의 몸체 모습. 상서로운 동물인 서수의 모양으로 손잡이를 빚었다.
‘중화궁인((重華宮印)’명문이 찍는 인면에 새겨진 모습.
‘중화궁인((重華宮印)’명문이 찍는 인면에 새겨진 모습.
‘중화궁인’ 새겨진 인장은 국내에 실물 자료가 별로 없는 왕족 개인의 것이란 점에서 가치가 각별하다고 한다. 조선 헌종 시기의 인보(인장모음집)인 <보소당인존>과 <승정원일기><일성록>에도‘중화궁’에 대해 언급했지만, 현재 건물이 남아있지 않고, 옛 위치 또한 몰라 앞으로도 후속 연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손잡이 부분 ‘인뉴’는 상서로운 동물(서수)의 모양새를 하고 있고, 도장글씨가 드러나는 인면에는 ‘重華宮印(중화궁인)’을 전서, 해서가 섞인 방식으로 새겨놓았다. 재단 쪽은 “이번 환수는 2017년 환수된 효명세자빈의 책봉 죽책과 2018년 국내로 들어온 덕온공주의 동제 인장, 가문 한글자료에 이어 조선 왕실 연구의 영역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환수한 유물들은 왕실 유물의 보관, 관리를 전담해온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간다. 박물관 쪽은 두 유물의 보존·연구와 더불어 공개전시를 추진하기로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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