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보였던 1인 음악극 <구텐 아벤트>. 영음예술기획 제공
단 한차례 공연으로 끝났던 1인 음악극 <구텐 아벤트>가 팬들의 요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8월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노래하고 지휘자 구자범이 피아노를 연주했던 음악극으로, 오는 4~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재공연한다. 서울 공연이 끝나면 11일 광주에서도 한차례 더 공연할 예정이다. 공연에 감동한 관객들이 ‘한번으로 끝내기엔 아까운 공연’이라며 후원회를 만들면서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팬들은 좋은 공연을 알리자며 이참에 버스 광고까지 냈다. 지난 26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은 “공연을 즐겁게 봐주신 것도 감사한데 관객들이 앙코르 공연까지 열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구텐 아벤트’ 앙코르 공연을 알리려 팬들이 후원한 버스 광고.
영어로 ‘굿 이브닝’, 저녁 인사를 뜻하는 <구텐 아벤트>의 시작은 원래 독창회였다. 오페라 가수와 지휘자로 독일에서 주로 활동했던 김선정과 구자범은 공연에서 부를 색다른 노래를 찾다가 1인 음악극을 선보이는 데 뜻을 모았다. 독일에선 자주 무대에 오르나 국내에선 낯선 1인 음악극은 대사와 노래를 혼자 하는 1인 오페라라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독일계 유명 작곡가 게오르그 크라이슬러(1922~2011)의 <호이테 아벤트: 롤라 블라우>를 기반으로 다른 독일계 작곡가들의 살롱 음악과 카바레 음악(색소폰·반도네온 등을 이용한 경쾌한 음악)을 섞어 <구텐 아벤트>를 만들었다. 김선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서 오페라 가수를 꿈꾸던 유대인 성악가 롤라 블라우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작품”이라며 “원작과 달리 대사보다 노래 비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80분 공연엔 모두 18곡이 나온다. “카바레 음악을 주로 선보이며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던” 크라이슬러의 곡은 ‘그 좋던 시절 다 어디 갔나’ 등 12곡이 들어 있다. 언어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가사에 말맛을 살린 크라이슬러의 곡들은 김선정이 직접 번역하고, 한때 부산영화제 자막번역팀에서 자원봉사 일을 했던 구자범이 다듬어 자막으로 만들어냈다. 여기에 오페레타 <샛노란 장갑>에 나오는 ‘우린 오페라 보러 가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에 나오는 ‘그토록’ 등을 넣어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김선정이 무대 전면에서 극을 끌어가지만 뒤편에서 피아노를 치는 구자범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인터미션이 없고 혼자 하는 공연이니 제가 무대 뒤로 사라질 때도 피아노를 치고 계시거든요. ‘기차 떠납니다’를 외치는 역무원이나 카바레 피아니스트, 우편배달부 역 등을 소화하는데 좀 쑥스러워하세요.(웃음)”
앙코르 공연이니 지난해 무대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좋았던 건 살리고 미흡한 건 보완하면서 관객들이 더 쉽게, 매끄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에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파란한’ 삶을 살게 되는 롤라 블라우가 ‘파아란’ 삶을 살기를 희망하며 보는 공연이거든요.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자신을 대입해 위로받는 부분도 있을 거에요. 공연을 보고 ‘굿 이브닝’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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