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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음악이 된 우리말’ 가곡의 부활 성악가 100인 100곡 이어부르기

등록 2019-08-18 16:57수정 2019-08-18 19:55

‘100인의 성악가가 부르는 100곡의 한국 가곡 르네상스’ 공연

‘그리운 금강산’ 등 인기곡에
현재 창작곡 20가지 들려줘
홍난파 등 친일파 곡은 제외
“한국 가곡의 어두운 역사…
숨은 명곡 널리 알릴 기회”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박수길 성악가(왼쪽)와 우주호 성악가가 새달 20~22일에 열리는 ‘100인의 성악가가 부르는 100곡의 한국 가곡 르네상스’ 공연에 관해 설명하며 웃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박수길 성악가(왼쪽)와 우주호 성악가가 새달 20~22일에 열리는 ‘100인의 성악가가 부르는 100곡의 한국 가곡 르네상스’ 공연에 관해 설명하며 웃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시를 노랫말 삼아 선율을 붙인 음악이라서일까? 가곡은 ‘독서의 계절’ 가을에 유독 많이 불리는 노래다. 김소월·박목월·한용운 등의 시가 노래가 된 가곡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며 상처받은 우리 민족을 위로하고 희망을 줬다. 가곡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건 1990년대 들어 대중음악이 다양해지면서다. 탄생한 지 100년 가까이 된 한국 가곡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때, 가곡을 다시 살리려는 불씨가 생겨났다. 100명의 성악가가 한국 가곡 100곡을 부르는 무대가 새달 20일부터 사흘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전석 무료로 열린다. 공연 제목은 ‘100인의 성악가가 부르는 100곡의 한국 가곡 르네상스’. 공연 기획에 참여하면서 무대에도 오르는 박수길(78), 우주호(52) 두 성악가를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무대에 오르는 100인의 성악가는 한국 가곡 음반을 낸 경력이 있거나 한국 가곡에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이들을 모았다. 임정근(테너), 강무림(테너), 김요한(베이스), 박정원(소프라노), 양송미(메조소프라노) 등 다양한 세대의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100곡은 대중들이 사랑한 기존 가곡 80곡에 현대 창작가곡 20곡을 섞어 구성한다. ‘고향의 노래’ ‘그리운 금강산’ ‘나그네’ ‘동심초’ 등 잘 알려진 곡들과 ‘베틀노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등의 현대곡들이 포함됐다.

100인의 성악가가 부르는 100곡의 한국 가곡 무대는 이제껏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다. 3일간 5회에 걸쳐 펼쳐지는데 공연마다 20명의 성악가가 각기 다른 곡을 한 곡씩 독창한다. 우주호는 “처음 공연을 준비할 때만 해도 성악가 섭외, 일정 조율 등 걱정이 많았는데 성악가들이 취지에 동참해 모두 흔쾌히 참여해주셨다”고 했다.

박수길은 한국 가곡의 전성기를 1970~1980년대로 본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한국 가곡의 밤’ 행사가 열려 성악가들이 바쁘게 다녔죠. 한국방송, 문화방송, 동양방송 3사가 있던 70년대엔 방송사가 모두 간판뉴스인 <9시 뉴스> 전에 약 5분 동안 가곡을 뮤직비디오처럼 보여주기도 했어요.”

1990년대 들어 가곡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대중음악의 발전과 다양화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지만 여러가지 속설이 존재한다. “가곡을 좋아했던 육영수 여사 때문에 1970년대에 방송사들이 가곡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는 얘기가 있죠. 반대로 민선 선거로 당선된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1990년대는 대중음악 지원을 늘려 가곡이 힘을 잃었다는 설도 있어요. 한국방송 <열린 음악회>가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죠. 공짜 음악회에서 가곡을 들려주니 ‘가곡의 밤’ 공연 티켓이 안 팔리잖아요.(웃음)”(박) “교과서에서 한국 가곡이 점차 빠진 게 원인인 것 같아요. 현재 교과서 중에 한국 가곡을 다룬 교과서가 거의 없다고 들었거든요. 어릴 때 듣는 음악이 오래가는데 가곡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거죠.”(우)

최근 한-일 관계 악화는 이번 공연 준비에도 영향을 끼쳤다.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홍난파, 현제명, 김동진, 조두남 등이 작곡한 가곡을 불러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공연 주최사인 마포문화재단은 ‘봄처녀’ ‘봉선화’(모두 홍난파) ‘진달래꽃’ ‘가고파’(모두 김동진) ‘선구자’(조두남) 등 한국 가곡을 대표하던 10여곡을 빼기로 했다. 우주호는 “한국 가곡의 어둡고 슬픈 역사”라며 “한국 가곡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공연인 만큼 숨어 있는 주옥같은 곡들을 더 많이 찾아 들려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박수길은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이 나치당에 가입해 히틀러 찬양 음악을 만들었지만 독일은 그의 예술적 재능을 품어 안았던 전례를 생각하며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두 성악가가 한국 가곡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한국 가곡이 “우리말로 된 ‘음악 언어’”이기 때문이다. 우주호는 힘주어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친구들이 많이 늘었잖아요. 한국 가곡을 들어본 외국인들은 정말 아름답다는 칭찬을 많이 하거든요. 수많은 한국의 오페라 가수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데 이들이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으면 해요.”

최초의 한국 가곡은 봉선화? 동무 생각?

‘100인의 성악가가 부르는 100곡의 한국 가곡 르네상스’는 1920년 홍난파의 ‘봉선화’를 기준으로 내년이 100년이라는 데 착안해 기획됐다. 하지만 ‘봉선화’가 정말 최초의 한국 가곡이냐는 데는 이견이 많다. 이 곡이 1920년 작곡됐을 때는 ‘애수’라는 제목의 바이올린 기악곡이었는데, 1926년 성악가 김형준이 가사를 붙여 ‘봉선화’가 됐다. 가곡은 노랫말이 있어야 하므로 1920년을 한국 가곡의 탄생이라 부르기 애매한 이유다.

이에 ‘동무생각’이 작곡된 1922년이나, 조선가요협회가 결성된 1929년을 가곡 탄생의 기점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온다. 최영식 한국가곡연구소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박태준이 1922년에 작곡한 ‘동무생각’을 한국 가곡의 효시로 봐야 한다”며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20세기 한국 가곡의 역사와 체계>(2018)를 쓴 김미영 성신여대 음악학 강사는 “특정한 노래가 아니라 한국 가곡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만들어진 시기를 한국 가곡의 탄생 기점으로 봐야 한다”며 “민요시를 널리 전파하고자 1929년에 문인과 작곡가들이 조선가요협회를 결성하고 <안기영 작곡집> 등을 낸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최초의 가곡이 무엇이냐는 데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봉선화’ ‘동무생각’, 현제명의 ‘고향생각’ 등이 불린 1920년대를 한국 가곡의 태동기로 보는 건 이의가 없을 듯하다. 성악가 박수길은 “노래마다 민족적 설움이 깔려 있었다. 가곡 말곤 국민을 위로해줄 만한 게 없던 시절”이라고 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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