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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 무대서 ‘현실-영화’동시에 오가는 마법

등록 2019-08-25 17:24수정 2019-08-25 19:51

리뷰 ㅣ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1940년대 할리우드 풍경 담아
‘색 대조’로 연출한 극중극 이색적
초연 당시 토니상 6개 거머쥐어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샘컴퍼니 제공
한국 초연인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필름 누아르’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스크래치가 많은 거친 흑백톤 배경에 어지러운 도시 분위기를 담아낸 인트로 장면부터 공연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모습까지 영화를 차용한 흔적이 돋보인다. 작품의 배경인 1940년대에 18인조 빅 밴드가 연주하는 신나는 스윙재즈까지 얹으니 그 시절 미국 할리우드 분위기가 그럴싸하다.

작품은 작가 스타인이 자신의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과 그의 시나리오 속 탐정 스톤이 매력적인 한 여인의 사건을 맡으면서 위기에 빠지는 이야기가 교차한다. 음모와 살인이 난무하는 스톤의 시나리오 속 세계에선 비밀을 간직한 여인과 어수룩하면서도 기지를 발휘하는 탐정, 잔인한 갱단이 섞여 소동극이 펼쳐진다. 반면 스타인이 속한 현실은 흥행만이 중요한 할리우드의 쇼 비즈니스 세계다. 자기 멋대로인 영화제작자의 뜻에 따라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나리오를 고치는 스타인의 현실은 스톤의 시나리오 속 세계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스톤은 작가 스타인의 자의식이기에 서로 연결돼 깊은 영향을 미친다.

<시티 오브 엔젤>은 198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제작사인 샘컴퍼니와 씨제이이엔엠(CJ ENM)은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극본과 음악만 가져왔고 무대 연출이나 의상·조명 등은 국내 상황에 맞게 바꿨다. 제작진은 극중극 형태인 두 개의 이야기를 ‘색’으로 대조시킨다. 현실 세상은 컬러로, 시나리오 속 세상은 흑백으로 표현해 한 무대에서 두 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컬러 장면에선 원색이 화려한 의상을, 흑백에선 무채색 의상을 입는데다 영화 기법인 ‘페이드인’(어두웠다가 밝아지는 것), ‘페이드아웃’(서서히 어두워지는 것) 등을 적절히 활용해 장면 전환이 매끄럽다.

극중극 형태이고 사건이 계속 벌어지다보니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지만 연출적인 재미는 넘친다. 주인공인 스타인과 스톤을 제외하면,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1인2역으로 열연한다. 스톤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어로라는 현실에선 영화제작자 버디의 아내 칼라로, 스타인의 연인 게비는 스톤이 사랑하는 밤무대 가수 바비로 등장하는데 배우들은 그때마다 능청스럽게 목소리 톤을 바꿔가며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스타인이 대사를 고치거나 장면을 고치면 흑백 무대 속 배우들이 필름을 되감듯 움직이며 연기하는 모습도 웃음을 준다.

무대 뒤에서 연주하다 파티 장면 등에서 튀어나오는 빅 밴드의 화려한 스윙재즈 넘버들은 극이 처지지 않도록 이끌고 가는 일등공신이다. 네 명의 앙상블 ‘엔젤스’는 공연 시작부터 스캣(무의미한 음절로 가사 없이 즉흥적으로 노래)을 선보이며 끝날 때까지 관객의 흥을 돋운다. 10월20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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