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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에 함께 선 문소리·지현준 “살벌하고 처절하죠”

등록 2019-09-02 17:57수정 2019-09-02 19:28

‘빛의 제국’ 이후 3년만에 함께 연극 무대
연극 ‘사랑의 끝’ 한국어 초연 작품 출연
<빛의 제국> 이후 한국어 초연 연극 <사랑의 끝>으로 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는 배우 문소리와 지현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한겨레>와 만났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빛의 제국> 이후 한국어 초연 연극 <사랑의 끝>으로 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는 배우 문소리와 지현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한겨레>와 만났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랑이 끝나자 이별이 남았다. 남자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고 여자는 남자의 독백을 듣는다. “끝났니?”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의 긴 독백. 함께 한 시간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커플은 서로에게 더할 수 없는 잔인한 말들을 쏟아낸다. 되돌아보면, ‘함께’였으나 ‘각자’였다.

프랑스 극작가 겸 연출가 파스칼 랑베르의 연극 <사랑의 끝>이 오는 7일 한국어 초연한다. 2011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이별의 순간을 남자와 여자의 각기 다른 시점으로 그린다. 전반부엔 남자, 후반부엔 여자의 긴 독백으로 이뤄져 시점이 다른 모노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작품이다. 2012년 프랑스평론가협회에서 최우수 프랑스어 신작연극상 등을 받았고, 30여개 언어로 번안돼 전 세계에서 공연 중이다. 국내에선 2012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랑베르가 직접 연출까지 맡은 작품이 초청돼 선보인 바 있다.

연극 ‘사랑의 끝’ 메인 포스터. 우란문화재단 제공
연극 ‘사랑의 끝’ 메인 포스터. 우란문화재단 제공

전·후반부 ‘모노 드라마’ 같은 연출
남녀 다름 속 ‘언어’가 작품 핵심

이번 한국어 버전은 배우 문소리와 지현준이 출연한다. 연출은 두 사람과 2016년에 연극 <빛의 제국>(김영하 동명 소설이 원작)을 같이 했던 프랑스 출신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맡았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만난 문소리는 “<빛의 제국> 한국 공연을 끝내고 프랑스 파리 투어도 했는데 그때 노지시엘이 한국에서 해보고 싶은 공연이라며 <사랑의 끝> 영문 대본을 줬다”며 “믿음 가는 작가가 쓴거라 대본을 다 읽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지현준 역시 “두 개의 독백으로 이뤄진 새로운 양식에 확 끌렸다”면서 “문소리, 노지시엘 연출가와 함께 하는 작품이라 고민할 게 없었다”고 했다.

남파 간첩 부부 이야기였던 <빛의 제국>을 선보인 지 3년 만에 이들이 다시 뭉쳐 만드는 <사랑의 끝>은 남녀의 시점에서 처절한 사랑의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설정상 6년 정도 만난 연인이 마지막으로 만나 헤어지는 거예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하고, 흔들리고, 어려운 순간이 와서 (두 사람이) 최선을 다해 자기 얘기를 하죠. 독백이지만 대화라고 할 수 있고, 이쪽에서 슝 하고 퍼부으면 저쪽에서 쾅 하고 터지는 상황이에요.”(문) “사랑하며 함께 겪은 세월이 있는데 상대방을 죽일 듯이 살벌하게 퍼부어요. 밑바닥 깊숙이 있는 것까지 꺼내 처절하죠.”(지)

지현준 “상대방 배려 없는 감정 표현
격앙되다 보면 온몸이 지칠 정도죠”

문소리 “철학적이지만 연극다운 연극
사랑의 끝 경험할 수 있는 기회 될 것”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는 아니겠고, 그래도 헤어지는 연인 이야기는 뻔하지 않을까 싶은데 두 사람은 연습하는 지금도 작품이 어렵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소재나 내용이 흔하다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노지시엘은 <빛의 제국>에서 삶과 죽음, 남과 북, 나와 타인 등 나누어진 것의 경계를 중첩시키거나 사이에 서보기도 하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줬거든요. 이번에도 자기만의 이야기로, 그만의 무대를 만들어내죠.”(문)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20년 차 배우 문소리가 “지구에 있는 누구라도 어려운 도전”(웃음)이라고 말할 만큼 이번 연극은 내용이나 형식이 철학적이고 어렵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렇게 끝날 때 화를 낼까 상상하면서 너무 슬프지도 감상적이지도 않게 미친 듯이 쏟아내야 하는데 독백이니 혼자서 무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해요.” 연극 <아마데우스>, 뮤지컬 <레드북> 등에 출연했던 16년 차 배우 지현준에게도 난이도가 높다고 했다. “‘우리가 사랑할 때, 우리는 누구를 사랑했을까?’라는 대사가 있어요. 보통 사랑을 할 때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사랑한다는 생각을 사랑한 것일 수 있거든요. 저로선 이해가 안 되지만 한때 사랑했던 두 사람이 아무 감정도 없다면서 배려 같은 건 없이 자신의 진짜 감정을 배설해요. (50분간) 격앙돼 얘기하다 보면 온몸이 담이 드는 것 같고 지치죠.”(지)

특히나 ‘언어’, 남과 여가 싸우며 뱉어내는 말의 싸움을 들여다보는 게 이번 작품의 핵심이다. “던지고 이어받으며 쌓인 말들이 무엇을 만들어 가는지가 중요해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에요. 말을 하다 보면 속도가 생겨나니까 노지시엘은 숨을 오래 참는 방법이 대사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말’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가 중요한 연극이 될 것 같아요.” (문)

문소리와 지현준은 <빛의 제국>에서 처음 만나 지금껏 친분을 유지 중이다. “현준이는 좋은 사람이 연기를 잘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보여주는 좋은 사람”(문) “누나는 고집스럽고 정직하게 자기 길을 가는 사람”(지)이라며 서로에 대한 든든한 믿음을 보여준 두 사람은 기회가 된다면 같이 하는 세 번째 작품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문소리는 이번 연극에 대해 “처절한 사랑의 끝을 같이 경험할 수 있는 연극다운 연극이 될 것”이라면서 “현실에선 아름다운 사랑 하시고요. 처절한 사랑은 연극으로만 보러 오라”며 놓치면 후회할 작품임을 강조했다. 7~27일까지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070-4244-3591.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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