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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사진첩] 존재가 기적…‘아우슈비츠 앨범’

등록 2020-01-30 17:20수정 2020-01-30 17:24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1월 27일) 기념 특별전시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작품 중 1945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전경 사진과 수용소에 도착한 유대인들의 모습을 다중노출 촬영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1월 27일) 기념 특별전시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작품 중 1945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전경 사진과 수용소에 도착한 유대인들의 모습을 다중노출 촬영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944년 5월 말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 수용소로 추방된 유대인들의 이송, 도착, 선별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아우슈비츠 앨범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과정은 한 편의 기적 같다. 193장의 사진이 담긴 56쪽짜리 이 앨범은 독일 도라-미텔바우 강제 수용소가 해방된 1945년 4월, 그곳에 수감돼 있던 당시 18세 소녀 릴리 야콥이 나치 친위대 막사 옷장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 앨범 속에 약 1년 전,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 수용소에 도착했던 자신과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앨범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자, 자기 가족의 모습도 앨범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많은 이들이 찾아왔다. 여러 사람들의 확인을 통해 앨범 속 무명인들은 이름을 되찾았다.

‘아우슈비츠 앨범’의 존재가 알려진 뒤 자기 가족의 모습도 앨범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많은 이들이 릴리 야콥을 찾아왔다. 그 과정에서 모쉐 라이브 핀카스(윗줄 맨오른쪽) 등 많은 사람들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정아 기자
‘아우슈비츠 앨범’의 존재가 알려진 뒤 자기 가족의 모습도 앨범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많은 이들이 릴리 야콥을 찾아왔다. 그 과정에서 모쉐 라이브 핀카스(윗줄 맨오른쪽) 등 많은 사람들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정아 기자

릴리 야콥은 1960년대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했던 나치 전범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거물로 이 사진들을 제출했고, 이후 이 앨범은 1980년 이스라엘 야드 바쉠 박물관에 기증돼 홀로코스트에 대한 교훈을 전 세계에 전하려는 다양한 전시들로 각국의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이 사진들은 SS 나치 친위대의 에른스트 호프만과 베른하르트 발터가 촬영했다. 두 사람은 당시 수용소에 임시로 머물도록 선별된 유대인들의 지문을 채취하고 이들의 사진찍는 일을 맡고 있었다. 이들이 정치적 선전 목적이 보이지 않는 이 사진들을 찍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른 강제수용소에서 제작된 앨범들처럼 나치의 고위 장교들에게 공식적으로 보고하기 위해 제작한 기록물로 짐작된다.

1944년 5월 말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 수용소에 도착한 유대인들의 모습.
1944년 5월 말 폴란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 수용소에 도착한 유대인들의 모습.

지난 1월 27일은 2005년 유엔 총회에서 정한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이었다. 홀로코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을 비롯한 슬라브족,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정치범 등 약 1000만 명의 사람을 학살한 사건을 일컫는다. 사망자 중 유대인은 약 600만명으로 당시 유럽에 살고 있는 유대인 약 60%가 희생됐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전시를 통해 홀로코스트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기억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길 바란다”며 “인종·민족·국가·종교·성별 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초월해 인권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월 22일까지 열릴 이번 전시의 사진들을 모아본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1월 27일) 기념 특별전시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려 한 관람객이 1945년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1월 27일) 기념 특별전시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려 한 관람객이 1945년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기차역 플랫폼에 내려선 후에 유대인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한쪽은 남자들, 다른 한쪽은 여자들과 어린이들.” -전시 설명 중에서
“기차역 플랫폼에 내려선 후에 유대인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한쪽은 남자들, 다른 한쪽은 여자들과 어린이들.” -전시 설명 중에서

“선별작업을 거친 유대인들은 강제 노역자로 배정되어 수용소로 흡수되기 전까지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그들은 옷을 벗으라는 명령을 받았고, 소독 후 온몸의 털이 잔인하게 깎였다. 마지막 절차로 팔뚝에 일련번호가 문신으로 새겨졌다.” -전시설명 중에서
“선별작업을 거친 유대인들은 강제 노역자로 배정되어 수용소로 흡수되기 전까지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그들은 옷을 벗으라는 명령을 받았고, 소독 후 온몸의 털이 잔인하게 깎였다. 마지막 절차로 팔뚝에 일련번호가 문신으로 새겨졌다.” -전시설명 중에서

“아우슈비츠로 추방된 110만여 명의 유대인들 중 약 90만 명이 도착 즉시 살해되었다.” -전시 설명 중에서
“아우슈비츠로 추방된 110만여 명의 유대인들 중 약 90만 명이 도착 즉시 살해되었다.” -전시 설명 중에서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1월 27일) 기념 특별전시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려 한 관람객이 전시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1월 27일) 기념 특별전시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려 한 관람객이 전시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 전시에서 관람객들과 만나는 ‘아우슈비츠 앨범’ 사본. 이정아 기자
‘아우슈비츠 앨범 : 아우슈비츠 지구의 한 장소' 전시에서 관람객들과 만나는 ‘아우슈비츠 앨범’ 사본. 이정아 기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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