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상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은 2일(현지시각) 저녁 영국 런던 로열앨버트홀에서 열린 ‘2020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2018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이후 두 번째다.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에서 “멀리서 왔다. 여기 참석한 이들 중 제가 제일 먼 곳에서 온 거 같다. 함께 후보에 오른 훌륭한 영화들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줬던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5년 전부터 저와 함께 이 영화를 고민한 곽신애 대표에게도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주연 배우 송강호와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를 소개했다.
봉 감독은 각본상을 받고는 “<기생충>이 외국어로 쓰여진 만큼 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제가 쓴 대사를 훌륭하게 펼쳐준 배우들에 감사한다. 배우들의 표정과 보디 랭귀지는 공통의 언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항상 카페에서 글을 쓰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로열앨버트홀에 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기생충>에 많은 사랑을 보여준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에 감사한다. 시나리오 제작사와 투자사, 모든 스태프와 함께 일한 분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작품상과 감독상은 받지 못했다. 샘 맨데스 감독의 <1917>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모두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앞서 <기생충>은 지난달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남우주연상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여우주연상은 <주디>의 르네 젤위거가 받았다. 남우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에게, 여우조연상은 <결혼 이야기>의 로라 던에게 돌아갔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1947년 설립된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가 주최하는 행사로, 영미권 최고 권위의 영화상 중 하나다. 영국과 미국 영화 구분 없이 진행되는 만큼 이를 토대로 오는 9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예측해볼 수 있다.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감독상·각본상·미술상·편집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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