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북미 포스터.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효과를 등에 업고 전세계 극장가를 감염시키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상영관 수를 늘리며 흥행 열기를 본격 점화하고 있다.
아카데미 본고장인 북미에서 가장 뜨겁다. 미국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를 보면,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에 오른 지 하루 만인 10일(현지시각) 박스오피스 순위 4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날보다 8계단이나 뛰어오른 성적이다. 50만1222달러(5억9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날보다 15.6%, 전주보다 213.3% 늘어난 수치다. 1위는 <버즈 오브 프레이>(216만달러), 2위는 <1917>(80만9815달러), 3위는 <나쁜 녀석들: 포에버>(80만8528달러)였다.
<기생충>은 지난해 10월 북미 개봉 뒤 줄곧 10위권 바깥 저 멀리 머물렀으나 아카데미 시상식이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순위가 상승해 시상식 당일에는 12위를 기록했다. 북미 배급사 네온은 상영관 수를 현재 1060개에서 이번 주말 2천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어서 흥행 열풍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생충>이 최종 4500만∼5천만달러(592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누적 북미 수입은 약 3600만달러다.
티켓 예매도 치솟고 있다. 미국 영화 예매사이트 ‘판당고'를 보면 <기생충> 티켓 예매가 지난주 대비 443% 급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생충>은 판당고 예매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기생충>을 보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판당고의 온라인 영화 대여·구매 서비스에서 <기생충>의 수요가 지난주보다 468% 증가했다. 애플 아이튠스 무비에선 <기생충>이 1위이며, 아마존에선 <겨울왕국 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영국에서도 <기생충> 바람이 뜨겁다. 지난 7일(현지시각) 개봉해 첫 주말에 약 140만파운드(21억4천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영국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 오프닝 성적으로는 최고액이다. 영국 배급사 커즌은 상영관을 136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기생충>은 북남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 전역 202개국에 팔려 한국 영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67개국에서 개봉했는데, 이미 상영관에서 내렸다가 이번에 재개봉하는 나라도 있다. 씨제이이엔엠(CJ ENM) 베트남 법인은 오는 17일 베트남 전역 80∼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재개봉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한국 영화가 베트남에서 재개봉되는 것은 처음이다. <기생충>은 지난해 6월 베트남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1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국내 극장가에서도 재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 10일 재개봉한 <기생충>은 이틀 만에 1만 관객을 모았다. 11일 박스오피스에선 5위까지 치솟았다. 이날 좌석 판매율은 25.8%로, 현재 상영중인 전체 영화 가운데 가장 높다. <기생충>의 누적 관객은 1010만명을 넘어섰다. 씨지브이(CGV)는 전국 30개 지점에서 <기생충> 특별전을 진행 중이며, 롯데시네마도 오는 25일까지 전국 30개 지점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한다. 26일에는 <기생충> 흑백판이 개봉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