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속 피자 박스 접기 달인도 오스카상 수상자?’
아카데미 4개 부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수효과’도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팬들이 영화 속 대사 한 줄 한 줄, 장면 한 컷 한 컷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중하면서 새로운 화젯거리가 양산되는 상황이다.
12일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진 ‘<기생충> 속 박스 접기 달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 속 기택네 가족이 산더미처럼 쌓인 피자 박스를 빨리 접기 위해 참고하는 유튜브 영상 속 주인공이다. 영상 속 주인공은 캐나다의 한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브리아나 그레이다. 그가 지난 2015년 9월 올린 첫 번째 영상은 현재 145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그레이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 덩달아 자신의 영상이 관심을 모으자 11일 6분여짜리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그는 “가브리엘 피자에서 7년 동안 일을 했고, 첫 번째 영상을 찍을 당시 나이는 18살이었다. 가족들의 제안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피자 박스를 접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새 영상을 통해 단 2초 만에 피자 박스를 접는 녹슬지 않은 ‘신공’을 다시 한 번 펼쳤다.
2018년 <기생충> 제작진으로부터 ‘피자 박스 접기 영상을 써도 되냐’는 연락을 받았다는 그는 “그땐 영화감독이 누군지, 어떤 영화인지, 얼마나 유명한지 전혀 알지 못했다. 별생각 없이 영상 사용을 허락했는데, 오스카상을 타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며 놀라움과 기쁨을 표했다. 영화팬들은 그의 영상에 ‘당신은 (오스카에 대한) 계획이 다 있었군요’ ‘당신도 오스카상 수상자’ 등 재치있는 댓글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영화에서 ‘피자시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피자집도 봉준호 감독 팬들이 들르는 ‘성지’가 됐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이 피자집의 실제 이름은 ‘스카이 피자’. 극 중 충숙(장혜진)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로, 박 사장네 집의 집사(이정은)를 내쫓기 위해 가족이 모의하던 곳이다. 가게 방명록에는 영어·일본어 등 외국어로 적힌 방문 소감과 인증샷이 가득하다.
명소가 된 또 다른 장소는 영화 속에서 기택(송강호)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친구 민혁(박서준)과 소주를 마셨던 ‘돼지슈퍼’다. 박 사장(이선균)네 딸 과외 자리를 양도받으며 대화를 나누던 이 슈퍼는 서울 마포구에 있다. 40년 동안 자리를 지킨 이 슈퍼 인근에 있는 ‘가파른 계단’에도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속 별미 음식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제조사인 농심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농심은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영어·중국어·일본어·독일어 등 총 11개국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며 ‘기생충 특수’에 동참했다. 농심의 주가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3일 연속 상승가를 기록했으며, ‘짜파구리 용기면’을 미국에서 출시한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맥주와 참이슬도 관심을 끌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