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관한 언급은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독 자주 보인다. 전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생충>과 봉 감독을 패러디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놀이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를 만든 젊은 세대의 지지가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 트위터 등에선 ‘제시카 징글’ 놀이가 한창이다.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이 박 사장(이선균) 집에 들어가기 직전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고 노래한 대목을 패러디하거나 직접 따라 부르는 영상이 봇물을 이룬다. 사진 속 자신의 얼굴에 검은 줄을 그려 넣는 등 <기생충> 포스터 패러디 놀이도 잇따른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엔 오스카 트로피를 합성한 사진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에선 봉 감독의 사진이나 영상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봉준호 밈’이 넘쳐난다. 밈은 재미 삼아 본래 콘텐츠를 웃기게 재가공한 것을 뜻한다. 봉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이나 짧은 영상으로 재가공하고 ‘봉하이브’(BongHive)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한다. 봉하이브는 ‘봉’과 벌집을 뜻하는 영어 단어 ‘하이브’를 조합한 말로, 봉 감독을 벌떼의 움직임처럼 열렬하게 응원하는 팬덤을 가리킨다.
이런 놀이 문화를 주도하는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와 제트(Z) 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한 세대)에 집중돼 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유튜브, 에스엔에스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기생충>의 매력에 빠지면서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미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영상을 즐기는 데 익숙하기에 <기생충> 같은 비영어 콘텐츠에도 쉽게 마음을 연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방탄소년단(BTS)에 열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필립 평론가는 “유튜브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가 <기생충>의 매력에 빠져 이를 유튜브, 트위터 등으로 전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온라인상의 이런 분위기를 전하며 “아카데미 후보작이 통상 높은 연령층에서 지지받는 것과 달리 <기생충>은 밀레니얼·제트 세대를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이들 세대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었을 때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리액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언더도그 효과’에 주목한다. 그는 “<기생충>이 충분히 좋은 영화인데도 남들이 잘 몰라주는 걸 안타까워하던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인 덕에 오스카 수상까지 이어졌다”며 “언더도그가 결국 사회적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특히 열광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양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인 ‘베이비 부머’의 참견이나 가르침에 “오케이, 부머”(됐거든, 꼰대) 하며 맞받아치는 심리의 연장선에서 <기생충>에 열광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김선영 평론가는 “봉 감독이 아카데미를 ‘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꼰대를 조롱하는 쾌감을 느낀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이 <기생충>의 오스카 대반전에 특히 열광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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