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전시 작가로 선정된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간판 전시장 터바인 홀에 한국계 작가가 처음 입성하게 됐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미술작가 아니카 이(49)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 이래 해마다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 홀에서 열어온 후원전시 프로젝트인 ‘현대 커미션’의 2020년 초대 작가로 아니카 이를 선정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아니카 이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기에 미국으로 이주한 뒤 현지 미술계에서 활동해온 작가다. 생명 현상과 인공 지능, 과학기술 메커니즘 등에 관한 인문학적 탐구에 천착해 온 그는 발효차의 일종인 콤부차를 써서 만든 가죽이나 개미에서 추출한 화합물을 활용한 향수 등 색다른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는 본전시에 초대받아 로봇 곤충들로 채운 벌집 모양의 해초 주머니와 여성의 몸에서 나온 박테리아를 배양한 설치작품 등을 내놓았다. 흙 속에 살아있는 유기체를 인공 지능 기술을 통해 제어하는 얼개인데, 인공 지능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풀어내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9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선보였던 아니카 이의 설치작품 <바이올라징 더 머신>. 로봇 곤충들이 사는 벌집 같은 조형물과 박테리아가 배양된 설치물 등 과학기술, 생명과학과 결합한 유기적 얼개의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 현대자동차
프란시스 모리스 테이트 모던 관장은 “최첨단의 과학적 아이디어와 실험적 재료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혁신적인 예술가다. 관객의 감각을 활성화하는 것을 넘어 현대사회의 주요 주제를 인류, 자연, 과학기술 사이 관계성의 관점에서 조명해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대 커미션은 지난 2014년 현대자동차와 테이트가 맺은 11년간 장기 후원 협력사업이다. 매년 작가 한 명에게 테이트 모던의 초대형 전시장 터바인 홀에서 신작을 선보일 기회를 준다. 2000년대 초부터 진행된 터바인 홀 전시는 테이트 모던을 대표하는 명물 이벤트다. 올라프 엘리아손의 인공태양, 아이웨이웨이의 1억개 해바라기 씨앗 쌓기 등 세계적 대가들의 숱한 명품 전시를 낳았다. 아니카 이는 올 10월6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터바인 홀에서 여섯 번째 커미션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기획은 테이트 모던 수석 큐레이터 마크 고드프리 등이 맡는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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