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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때맞춰 돌아온 ‘조선 좀비’…21세기 현실 복사판

등록 2020-03-15 17:04수정 2020-03-16 20:37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

민초 굶주림 탓 좀비화 등 차별화
날 따뜻해지면 잦아든다는 설정
작가가 코로나 예언이라도 한 듯

시즌1 견줘 좀비와의 사투 속도감↑
떡밥 완벽 회수한 쫀쫀한 스토리

백성 위한 세자-세도가 조학주 대비
‘과연 무엇이 진짜 재난인가’ 물어
안재홍·전지현 등장은 시즌3 밑밥?
미국 뉴욕 한복판에 걸린 &lt;킹덤 시즌2&gt; 옥외 광고판. 넷플릭스 제공
미국 뉴욕 한복판에 걸린 <킹덤 시즌2> 옥외 광고판. 넷플릭스 제공

지난 2일 미국 뉴욕 한복판에 낯익은 작품이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 <킹덤 시즌2>(총 6회)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편이 타임스스퀘어 옥외 광고판을 장식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다른 작품과 함께 소개됐지만, 세계인이 오가는 뉴욕 한복판에 우리 콘텐츠가 모습을 드러낸 건 반가운 일이다. “새 시즌 중에서도 관심작들만 소개했다”는 넷플릭스 쪽 이야기에서 <킹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읽혔다.

지난 13일 한국형 좀비가 돌아왔다. 시즌1(6회)을 공개한 지 1년 만이다. 시즌1은 왕으로부터 시작된 역병 때문에 굶주리는 백성들의 괴로운 상황에 집중했다면, 시즌2는 그러한 피폐한 삶을 야기한 주요 원인인 양반들의 탐욕을 강조했다. 그들은 자신의 피(혈통)를 지키려고 남의 피를 끊임없이 탐해왔다. 조학주가 좀비로 만든 건 왕이 처음이 아니었다. “미천한 백성이 아닌 이 나라의 근간인 왕실과 종묘사직을 위해서”라는 그의 말은 양반들의 욕심과 위선을 보여준다. 김은희 작가는 지난 5일 제작발표회에서 “시즌2는 피에 대한 이야기다. 피를 탐하는 생사역과 핏줄·혈통을 탐하는 인간의 두가지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왕실의 후계자는 세자인가, 아니면 중전의 아이인가’라는 선택의 기로는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것이 백성인지 왕가의 핏줄인지에 관한 깊은 고민을 던진다.

&lt;킹덤 시즌2&gt;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킹덤 시즌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시즌1에서 무수히 던져놓은 떡밥도 알뜰하게 수거된다. “아무리 끔찍한 병도 막을 방법이 있다”는 의녀 서비(배두나)를 통해 생사초는 어디에서 왔고, 어떤 원리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지, 좀비들은 왜 물을 두려워하는지, 왜 갑자기 대낮에도 나타났는지 등의 비밀을 빠짐없이 밝혀낸다.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아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반응도 나오지만, 마무리가 어설퍼 용두사미가 됐던 그동안의 드라마를 생각하면 스토리의 쫀쫀함이 놀랍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가 일파만파로 확산 중인 상황이라 시즌1에 견줘 현실감도 더 살아난다. 추운 겨울에 기승을 부리고 날이 따뜻해지면 잦아드는 역병이라니, 작가가 코로나19를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시즌2는 “백성이 우선”이라는 세자 창과 “왕실과 종묘사직이 우선”이라는 조학주를 대비시키며 과연 무엇이 진짜 재난인가를 묻는다. 인육과 피를 탐하는 좀비들 혹은 치료제 없는 역병도 재난이지만, 자기 욕심만 좇는 정치인들이 법 제도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더 큰 재난이 아닌가.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고, 임금은 그런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는 <사기>의 문구는 바로 시즌2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lt;킹덤 시즌2&gt;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킹덤 시즌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시즌2까지 끝낸 <킹덤>은 ‘한국형 좀비’를 탄생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킹덤> 제작 당시 국외 콘텐츠인 좀비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킹덤>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좀비에 대한 해석이다. 외국 작품은 대부분 이유 없이 등장한 좀비로 인한 아비규환을 그리는데 <킹덤>은 민초의 굶주림을 형상화하는 등 철학을 담은 것이 새롭다. 권력에 갈증을 느끼는 세도가와 좀비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잘 풀어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한국적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성과다. 특히 시즌2에서는 우리 전통의 장소가 사투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기와지붕에서, 궁에서, 경회루 앞 꽁꽁 언 연못 위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은 <킹덤>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시즌2의 2~6부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선조들의 건축미, 작은 색감이나 디테일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시즌1은 장신구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면, 시즌2는 관광 욕구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말했다.

&lt;킹덤 시즌2&gt;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킹덤 시즌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시즌2에선 1회 초반 좀비 떼와 세자 일행의 속도감 넘치는 사투가 20여분간 펼쳐지는 등 ‘보는 재미’가 배가됐다. <킹덤> 속 좀비는 굶주림 때문에 좀비가 됐다는 설정과 맞물려 입을 크게 벌리고 빠르게 달려든다. 시즌1과 시즌2의 1회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식욕에 대한 본능만 남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맹수처럼 입을 쫙 벌리게 했다. 달릴 때도 턱을 앞으로 내민다”고 말했다. 슬픈 좀비를 표현하려고 좀비 연기에도 공을 들였다. 시즌2에만 모두 3천명의 배우가 좀비로 출연했다. 40명의 좀비 연기자를 따로 뽑아 고정출연을 시키는 방식으로 좀비 연기의 질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김성훈 감독은 “앞에서 주요하게 활약하는 좀비들은 무술팀 등 몸 잘 쓰는 배우들 위주로 선정했다. 사실감을 위해 컴퓨터그래픽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1회 초반 운포읍 장면에만 좀비 1천명이 등장하는데, 200명의 배우가 방향을 바꿔가며 4번을 촬영해 합성했다고 한다.

드라마는 “생사초에는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말로 시즌3의 밑밥을 깔아놓았다. 마지막에 안재홍과 전지현을 등장시키며 이야기 확장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은희 작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시즌2가 잘되면 더 커진 세계관의 시즌3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lt;킹덤 시즌2&gt;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킹덤 시즌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킹덤 시즌2> 한 줄 평]

유선희 기자 ▷ 시즌2는 강렬하고 스펙터클한 잔인함이 넘쳐난다. 큐브를 맞추듯 사건의 얼개가 완벽히 재구성되는 스토리도 놀랍다. 다만 각 회마다 사건의 전말에 관한 해답지처럼 ‘전사’를 배치한 것은 오히려 긴장감을 확 떨어뜨리는 연출상의 약점이다.

김효실 기자 ▷ 시즌1 ‘떡밥’들을 부지런히 수거하는 동시에 시즌3을 기대하게 하는 능력자들. 코로나19 시국에는 훌륭한 재난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정덕현 평론가 ▷ 시즌2로 철학을 담은 한국형 좀비를 완벽하게 완성했다. 차 타고 다니는 좀비물에서는 볼 수 없는 명장면들도 탄생했다. 시즌3을 이어가며 우리식의 문화를 깔아준다면, 조선 사극 콘텐츠의 다양화에 일조할 듯하다.

남지은 기자 ▷ 민초의 아픔과 권력자의 탐욕 등 이념뿐 아니라 시대 배경까지 좀비에 찰떡같이 버무리며 한국형 좀비물을 완성했다. 좀비 덕후들이 아쉬웠을 좀비와의 사투도 시즌2에서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무엇보다 배두나의 ‘생얼 연기’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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