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야자시간 알림이가 퇴근길 친구로…“배캠, 30살 생일 축하해~”

등록 2020-03-19 18:11수정 2020-03-20 02:04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같은 제목·같은 디제이로 ‘최장수’
음악방송 국내 최장수 기록 세워
국외 아티스트 280팀 최다 출연
지난달 영국 BBC서 생방송 가져

배철수 “무조건 록이 최고였는데”
신청곡 듣다보니 음악관마저 변해
청취자 없으면 난 아무 것도 아냐
인정 받아 기쁘고 자랑스러워”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배순탁 작가, 디제이 배철수, 임진모 평론가, 김경옥 작가, 김빛나 피디, 조성현 피디. 문화방송 제공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배순탁 작가, 디제이 배철수, 임진모 평론가, 김경옥 작가, 김빛나 피디, 조성현 피디. 문화방송 제공

“배철수의 음악캠프, 출발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 퇴근길을 재촉하는 복음 같은 이 멘트는 무려 30년간 이어졌다.

<문화방송>(MBC) 라디오 에프엠포유(FM4U)에서 매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19일 30돌을 맞았다. 같은 제목 같은 디제이의 음악방송으로는 국내 최장수 기록이다. 한 청취자는 30돌을 축하하며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나에게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이었다가 ‘밥할 시간’이 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제작진에게 보냈다고 한다. 팝음악을 사랑하는 청취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프로그램인 셈이다.

디제이 배철수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이날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유독 청취자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30년 전 처음 방송을 할 땐 ‘내가 음악도 많이 알고 디제이로서 괜찮으니까 캐스팅한 거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니구나. 청취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청취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구나’ 깨닫게 됐어요. 청취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는 항공대 캠퍼스 밴드 활주로(런웨이)로 1978년 해변가요제 인기상을 수상하며 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 밴드 송골매를 결성하고 보컬리스트 구창모를 영입해 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90년 3월19일 처음 <배철수의 음악캠프> 디제이 마이크를 잡았다. 83년부터 손석희·이수만·유열 등이 디제이를 거친 <젊음의 음악캠프>의 후신이었다.

그때부터 함께해온 김경옥 작가는 “30년 전 방송을 지금 들으면 (배철수 디제이) 목소리에서 너무 ‘날티’가 나서 깜짝 놀란다. 그런데 그땐 그 목소리가 좋았다. 지금은 믿음이 가는 목소리로 변했는데, 그래서 또 좋다”고 말했다. 24년째 최장수 게스트로 출연 중인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배철수 디제이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리 오래 해도 지루하지 않다. 30년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배철수라는 인물의, 또 이 프로그램의 승리다”라고 평가했다.

디제이 배철수. 문화방송 제공
디제이 배철수. 문화방송 제공

배철수 스스로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음악관이 변했다고 말했다. “록음악이 최고이고 다른 장르 음악은 히트는 할지언정 음악적으로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청취자들이 신청하는 히트곡을 억지로라도 듣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음악에서 장르는 중요하지 않구나’라고요. 미국에서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처럼 컨트리와 힙합을 결합한 곡이 나오고, 국내에서도 요즘 트로트가 인기잖아요. 록이든 트로트든 12음계로 만들고 감동을 주는 요소가 있는 건 똑같다, 대중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해요.”

팝 전문 음악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는 국내 라디오 역사상 최다인 280팀의 외국 아티스트가 출연했다. 다시 초대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한명만 꼽아달라는 말에 배철수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딥퍼플의 키보드 연주자 존 로드”를 언급했다. 그는 이어 “쿠바 그룹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오마라 포르투온도 누님이 제가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신 게 기억난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포르투온도는 1930년생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0돌을 기념해 지난달 17~21일 영국 런던 <비비시>(BBC)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앳 더 비비시’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다. 영국 가수 앤마리, 밴드 스타세일러의 제임스 월시, 싱어송라이터 톰 워커가 출연해 라이브도 선보였다. 배철수는 “비비시까지 와서 방송할 수 있을 만큼 프로그램이 인정받는다는 게 기쁘고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철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더 디제이>도 오는 26일과 4월2일 두차례 텔레비전으로 방송한다.

앞으로 방송을 얼마나 더 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배철수는 “20년이나 25년 때는 그만둬야지 생각했는데, 30년이 되니 내 의지로 그만두고 말고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청취자들이 결정할 문제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내 방송연예 생활은 록밴드로 끝맺고 싶다는 생각에서 구창모와 얘기해 송골매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앨범이든 음원이든 공연이든 올해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