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1938년 덕수궁 선원전 영역을 훼손하며 지은 옛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의 현재 모습. 문화재청은 애초 철거하려다 최근 덕수궁 수난사를 알리는 전시관으로 재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제가 1938년 덕수궁 선원전 영역을 훼손하면서 지은 옛 조선저축은행 사택이 덕수궁의 수난사를 알리는 전시실과 편의시설로 재활용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선원전 영역과 ‘고종의 길’ 탐방객을 위해 옛 조선저축은행 중역 사택을 편의시설·전시실로 보수해 내년 초 개장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1938년 7월 지은 이 사택은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465㎡(140여평)으로 서양식과 일식 주택 양식을 절충한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착취기관이던 동양척식회사와 조선저축은행의 사원 숙소였고, 해방 뒤에는 미국 대사관에 넘어가 부대사·직원 등의 거처로 쓰였다. 2003년 부근에서 조선 역대 임금들의 어진(초상화)과 신위를 봉안했던 선원전 터가 드러난 뒤 2011년 미국 정부와 토지 교환 형식으로 우리 정부에 소유권이 돌아온 바 있다. 문화재청은 15억원을 들여 건물을 전시실 공간으로 바꾸고 2039년까지 진행될 선원전 복원사업과 선원전의 역사 등을 설명하는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애초 덕수궁 복원을 위해 건물을 철거할 예정이었으나 선원전 영역의 역사를 알리는 설명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2030년까지 일단 전시관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건물 보존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