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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문화재청, 불상 그늘에 묻혔던 불단 현황 조사한다

등록 2020-03-31 14:07수정 2020-03-31 14:22

문화재청 2020~24년 사찰 불단 일제 조사
불단·장엄구 정밀 조사…기록 작업 추진
경북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보물 486호). 부처가 상주하는 수미산의 신령스런 동물들과 식물들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한국 옛 불단 조각의 명작이다.
경북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보물 486호). 부처가 상주하는 수미산의 신령스런 동물들과 식물들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한국 옛 불단 조각의 명작이다.

절집 안에 들어가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화유산이 불상·불화, 그리고 불단이다.

불단은 불상·불화보다 낯설고 존재감도 약하지만, 중요한 구실을 한다. 불상을 받쳐 봉안하는 대이자의례에 필요한 다양한 공양 기물을 불상 앞에 차려놓는 자리 판인 까닭이다. 불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일컫는 수미산 형상을 옮겨 만들었으므로 ‘수미단(須彌壇)’이라고도 일컫는다. 따라서 불단 위에 불상을 모시는 건 세상 가장 높은 자리에서 중생을 살피는 부처의 위상을 실체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중하 3단으로 나누어 연꽃과 구름, 사자, 호랑이, 코끼리, 물고기, 용, 봉황 등 산을 상징하는 동식물, 자연의 무늬를 새겨넣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절집 건물 내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당대 장인들이 남긴 다채로운 도상들의 자취를 볼 수 있는 한국 불교 미술사의 보고이기도 하다.

경북 김천 직지사 대웅전 경내 수미단(보물 1859호).
경북 김천 직지사 대웅전 경내 수미단(보물 1859호).

신앙의 핵심인 불상과 불화는 불자들과 미술사학자들에게 항상 눈길을 받으며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불단은 늘 그늘 속에서 홀대받으며 불교 문화사 연구의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절집에 딸린 불상의 배경에 불과한 단순 의례 시설이라는 선입견과 무관심 탓이 컸다.

이처럼 소외돼 온 불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조계종단 산하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2024년까지 5년간 전국 각지 사찰에 있는 불단을 일제 조사하고 연구를 본격화하겠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2002년부터 문화재청이 조계종단과 함께 벌여온 ‘불교문화재일제조사’ 3차 사업의 주인공으로 불단을 점찍은 것이다.

올해는 전남북 지역의 16개 사찰의 불단을 찾아 조사를 시작한다. 각 사찰 소장 불단의 역사적 의미를 인문학 문헌 조사 등을 통해 추적한다. 정밀 실측과 2차원(2D) 디지털 촬영, 3차원 입체(3D) 스캐닝과 도면 작업 등으로 디지털 기록화 작업을 벌이며, 불단의 손상 현황을 파악하고 재질을 분석하는 보존과학 조사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보존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는 불단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쪽은 “불상·불화에 비해 관심이 부족하고, 주재료가 목재인 탓에 화재·습기 등에도 취약해 보존‧복원을 위한 자료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며 “전국 사찰 불단의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을 통해 체계적인 자료를 쌓고, 불단에 조각된 다양한 문양과 도상들을 전통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국내 사찰 불단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보물 486호), 김천 직지사 대웅전 수미단(보물 1859호) 밖에 없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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