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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동영상이 대세라고?…오디오도 죽지 않았어!

등록 2020-04-06 05:00수정 2020-05-25 18:33

[다시 뜨는 오디오 콘텐츠]

팟캐스트 이용량 급증
팟빵 청취시간 작년 3배 늘어
올해도 코로나19 탓 성장 가속
“귀로 들으며 다른 일 가능하고
AI스피커 800만대 보급도 한몫”

다양해진 오디오 콘텐츠
초기엔 시사·정치가 많았지만
예능·어학·명상 등 다채로워져
“비용·품 적게 들어 효율 높아
유료화 성공…수익성 개선도”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는
구글·아마존·애플 등 경쟁 치열
“세계 시장 규모 4조원대 성장”
국내에선 스푼라디오 등 두각
인기 유튜버들, 속속 오디오로

“후루루루룩, 쩝쩝, 캬~.”

면발을 얼마나 큰 덩어리로 집었는지 세 젓가락 먹고 나니 빈 그릇이다. “이거 참 아쉽네요. 비빔면을 먹을 때면 늘 이래요. 이제 퀴즈 나갑니다. 제가 비빔면을 왼손으로 비볐을까요? 오른손으로 비볐을까요?” 음식을 먹고 퀴즈로 마무리하는 ‘먹방’ 콘텐츠 <문세윤의 고독한 미식퀴즈> 제작 현장. 먹방이 새로운 건 아니다. 특이한 건 영상 없이 소리로만 들려주는 오디오 먹방이란 점이다. 네이버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 ‘오디오클립’을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선보여왔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모모콘 스튜디오에서 개그맨 문세윤은 6회분을 몰아서 녹음했다. 짬뽕으로 시작해 차돌박이 된장찌개, 비빔면, 팥빙수, 커피, 젤리까지 깨끗이 해치웠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듣는 이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일부러 소리를 더 신경 써서 내며 먹는다”고 말했다. 오디오 먹방 제안을 받았을 때 “과연 누가 들을까?” 의구심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많이들 듣고 열띤 반응을 보내주셔서 놀랐어요. 동료 개그맨들과도 재밌는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어요.”

유튜브, 틱톡,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콘텐츠 전성시대라지만, 새삼 오디오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팟캐스트의 시대는 갔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전통적인 팟캐스트 시장이 요 몇년 새 급속도로 커지면서 국내 최대 포털서비스 네이버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디오는 돈이 안 된다는 선입견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지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미디어 이용 습관도 바뀌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팟캐스트 이용량도 크게 늘었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을 기준으로 7주 뒤 팟빵 주 단위 청취시간은 3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꼭 코로나19 사태 때문이 아니더라도 팟캐스트 시장은 계속 커져왔다. 지난해 1천만명이 팟빵을 방문해 1억7400만시간을 청취했다. 청취시간이 전년(5600만시간)보다 무려 3배 넘게 늘었다. 팟빵은 김어준 등이 진행한 시사·정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2012년에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국내 팟캐스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2012년 20만회였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지난해 누적 420만회까지 늘었다. 팟빵은 현재 국내 모든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제휴해 콘텐츠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팟빵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800만대나 보급된 것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도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며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2017년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를 시작하면서 오디오클립 베타서비스도 함께 시작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음성 기반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이에 필요한 오디오 콘텐츠의 수요가 늘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유튜브처럼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팟빵과 달리 네이버는 일정 수준의 질을 담보하는 콘텐츠를 선별한다. 기성 언론사, 콘텐츠 제작사, 전문가 등이 만드는 채널이 대부분이다.

오디오 콘텐츠의 힘, 멀티태스킹

오디오 콘텐츠가 새삼 주목받는 건 멀티태스킹이 쉬운 특성 때문이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봐야 하는 동영상 콘텐츠와 달리, 귀로 들으며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팟빵의 모회사인 코리아센터 신기동 홍보팀장은 “유튜브, 아프리카티브이 등이 막강하다고는 해도 우리 경쟁 상대가 아니다. 영상과 달리 팟캐스트는 들으면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하루 24시간을 26~27시간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제트(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가 멀티태스킹에 익숙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다. 네이버의 이인희 키즈 앤 오디오 책임리더는 “제트세대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친구와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시에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 때문에 오디오 콘텐츠가 제트세대에게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모바일 첫 화면에 내놓은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는 검색·쇼핑 등을 하면서 오디오 콘텐츠를 동시에 즐기는 제트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나우 이용자 중 10~20대 비율이 28.2%로 가장 높다.

더 다채로워지는 오디오 콘텐츠

오디오 콘텐츠 종류가 다양해진 것도 시장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국내에 팟캐스트가 들어온 초기만 해도 시사·정치 팟캐스트가 대부분이었다. 기성 언론이 제구실을 못 하면서 대체 미디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인문사회·문화·코미디·어학·교육·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요즘 팟빵 최고 인기 콘텐츠는 예능 분야의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다. 회당 170만~270만명이 듣는다.

네이버 오디오클립도 어학·예능·교양·명상·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뉴미디어 예능 콘텐츠 제작사 모모콘에 14억원 지분투자를 했다. 동영상 콘텐츠를 주로 만들어온 모모콘은 지난해부터 오디오 콘텐츠를 두고 여러 실험을 해오고 있다. <문세윤의 고독한 미식퀴즈>, <하하·별의 하트브레이크 마켓>, 배우 김수미의 <시방 상담소>, 개그맨 김학도의 <썬데이 삼국지> 등을 만들었다. 모모콘의 이재국 본부장은 “콘텐츠의 힘은 사람들의 이용 시간을 가져오는 데서 생긴다. 오디오는 동영상보다 비용과 품을 덜 들이고도 같은 가치의 이용 시간을 가져올 수 있어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오디오는 돈이 안 된다는 것도 옛말이다. 팟캐스트에서도 유료 성공 모델이 나오고 있다. 팟빵의 <수다맨들> <히든풋볼> <주책남들> <블랙홀>은 무료로 시작해 유료로 전환한 경우다. <검은 방> <전우용 이박사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처음부터 유료로 시작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썬데이 삼국지>는 50화까지는 무료고, 51~120화는 유료다. 가장 수익성이 좋은 분야는 오디오북이다.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 모두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미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외국에서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선호하는 북미의 경우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다. 미국 팟캐스트 청취자 수는 2018년 월간 7300만명에서 2022년이면 월간 1억3200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 1조원 규모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 미국 오디오북 시장은 4조원 규모로 전체 출판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미국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서 구글·아마존·애플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들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수천억원을 들여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사 김릿미디어와 전세계 팟캐스트 유통의 40%를 담당하는 앵커를 인수했다. 기성 언론사인 <뉴욕 타임스>도 최근 기사를 읽어주는 서비스를 하는 오디오 콘텐츠 스타트업 오덤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라디오계의 유튜브’라 불리는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 라디오’가 눈에 띈다. 영상 없이 목소리만으로 손쉽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어 매일 10만개의 콘텐츠가 생성된다. 라디오와 친하지 않던 제트세대들이 열광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스푼 라디오를 운영하는 회사 마이쿤은 지난해 말 4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당시 인정받은 기업 가치가 3천억원에 이른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푼 라디오는 북미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제는 유튜버들도 오디오 콘텐츠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침착맨, 미들뻔, 까레라이스티브이 등 유튜브에서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이 팟빵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크리에이터 기업 샌드박스의 도티와 유병재는 네이버 나우 방송을 시작했다. 샌드박스 관계자는 “전세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4조원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크리에이터들 역시 자연스럽게 관심과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기존 유튜브 채널보다 더 넓은 연령대와 관심사를 가진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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