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영화관과 안방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 포스터. 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가 영화관과 안방극장에서 동시 개봉한다. 이에 씨지브이(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상영을 거부하고 나섰다.
드림웍스는 <트롤: 월드 투어>를 오는 29일 극장과 주문형 비디오(VOD)로 동시 공개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영화를 이렇게 개봉하기는 처음이다.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관객이 선호하는 애니메이션 장르인 만큼, 극장보다 안전한 집에서 관람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가 상영을 보이콧하겠다는 방침을 8일 밝혔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극장과 2차 부가 판권 시장에 동시 공개하는 영화는 상영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롯데시네마도 같은 이유로 상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극장 개봉 영화는 2~3주간 유예기간(홀드백)을 둔 뒤 부가 판권 시장으로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이들 멀티플렉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 넷플릭스 영화도 내부 방침을 들어 상영을 보이콧해왔다.
반면 메가박스는 <트롤: 월드 투어>를 상영하기로 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극장 콘텐츠 다양화와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한다는 차원에서 브이오디 동시 공개임에도 개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더 킹: 헨리 5세>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 등 넷플릭스 영화를 잇달아 상영하며 기존 방침을 바꾼 바 있다.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의 이런 태도는 <트롤: 월드 투어>를 상영한다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흥행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주도권을 내어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 직행하고, 아이피티브이(IPTV)로 먼저 공개된 <공수도>가 뒤늦게 9일 ‘역개봉’하는 등 새로운 흐름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대기업인 멀티플렉스들의 대응이 너무 수세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극장 쪽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멀티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동시개봉을 요청해온 한국 영화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고 그동안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개봉관 확보 전쟁이 벌어질 텐데, 그때는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대처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작은 한국 영화의 경우 <공수도>처럼 아이피티브이에서 선개봉하고 이후 극장 개봉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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