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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지금 보면 더 통렬한 ‘혐오의 부조리극’

등록 2020-04-11 09:17수정 2020-04-11 09:24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더 플롯 어게인스트 아메리카>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아이엠디비(IMDb)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아이엠디비(IMDb)

1940년 6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유대계 미국인 소년 필립(아지 로버트슨)은 즐거운 방학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필립의 유년기 위에도 제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미국에서도 히틀러에 동조하는 파시스트가 날로 늘어가고 유대인 이민족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진다. 이 같은 파시즘과 반유대주의의 선봉에는 미국의 영웅 찰스 린드버그가 있었다. ‘위대한 미국’을 위해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선 린드버그는 현 대통령 루스벨트와 이민족 집단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아직 어린 필립은 자신의 우상인 린드버그가 왜 비난받는지, 파시스트가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지난 3월 미국 <에이치비오>(HBO)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 6부작 미니시리즈 <더 플롯 어게인스트 아메리카>(The Plot against America)는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린드버그 정부가 들어선 미국’을 가정한 대체역사물이다. 2018년 타계한 미국 현대소설의 거장 필립 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유대계 미국인인 필립 로스는 자신의 고향 뉴어크를 배경으로 자전적 요소를 반영한 소설들을 써냈고, 이 작품도 그중 하나다. 다른 대표작들에 비해 국내에는 덜 알려진 작품이나, 출간 당시 실존 인물 명예훼손을 비롯한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소설 속 세계관에서 미국 대통령 린드버그가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동조한다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대체역사이기도 하기에 흥미롭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현재의 미국, 더 나아가 전지구적 상황과 겹쳐지는 지점에 있다. 필립 로스의 원작은 9·11 이후 특정 국가와 민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혐오를 양산한 부시 행정부 시대에 대한 우화로 읽혔다. <더 플롯 어게인스트 아메리카>는 이를 트럼프 시대로 옮겨오면서, 되풀이되는 역사를 비판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 시국의 도래와 함께 이 작품의 시의적절한 문제의식은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파시스트는 유대인들을 싫어해.” “왜?” “유대인이니까.” “왜?” 드라마 첫 회에서 어린 필립과 형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이 혐오의 시대에 대한 통렬한 부조리극처럼 보인다.

올해 상반기 최대 기대작인 만큼 제작진도 화려하다. 걸작 시리즈 <더 와이어>의 데이비드 시몬, 에드 번스가 각본을, 스타 위노나 라이더가 필립의 이모 에블린 역, <홈랜드>의 모건 스펙터가 필립의 부친 허먼 역을 맡았다. 어린 필립 역은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스칼릿 조핸슨, 애덤 드라이버의 아들 헨리 역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아지 로버트슨이 맡아 동심의 눈을 통해 잔혹한 폭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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