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국내 개봉을 확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입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는 최근 이 영화를 5월에 개봉하기로 하고 예고편 상영 등 홍보에 들어갔다. 봄비가 내리는 뉴욕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운명 같은 만남을 다룬 로맨틱코미디로, 전 세계적 청춘 스타로 떠오른 티모테 샬라메를 비롯해 엘 패닝, 셀레나 고메스 등이 출연한다.
1935년 미국에서 태어난 우디 앨런은 거장 영화감독이다. 1950년대부터 연극 각본가·연출가, 텔레비전 토크쇼 작가, 스탠드업 코미디언 등으로 활동하다 1960년대에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코미디 영화 <애니홀>(1977)로 명성을 얻은 뒤 <맨하탄>(1979), <한나와 그 자매들>(1986),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사생활과 관련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동거하던 배우 미아 패로의 한국계 수양딸 순이 프레빈과 사랑에 빠져 윤리적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1997년 결국 순이 프레빈과 결혼했다.
나중엔 그가 수양딸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우디 앨런 감독이 입양한 딸 딜런 패로는 지난 2014년 “7살 때부터 양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2017년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우디 앨런 감독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배급을 맡은 미국 기업 아마존은 북미 개봉을 취소한 건 물론, 2020년까지 우디 앨런과 영화 4편을 제작하기로 했던 계약을 파기했다. 영화 촬영을 마친 이후 의혹을 알게 된 티모테 샬라메는 “우디 앨런과 작업한 것을 후회한다”며 출연료를 성폭력 공동 대응 단체 등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내 누리꾼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성추행 의혹으로 제작 국가인 북미에서도 개봉 못 한 영화를 국내에 개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 하나 안 본다고 무슨 큰 힘이 되겠냐만은 그런 생각 때려치우고 안 볼 것. 2020년에 우디 앨런 영화를 개봉할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린나래미디어 쪽도 논란을 의식한 듯 국내 포스터에 우디 앨런 감독의 이름을 넣는 대신 <미드나잇 인 파리> 제작진으로 표기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쪽은 “영화를 수입한 건 성추행 의혹 이슈가 터지기 전이다. 고민이 많았으나 개봉을 하지 않으면 떠안게 될 손해가 수 억원에 이르러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여름부터 유럽, 남미, 아시아 등 북미를 제외한 지역에서 잇따라 개봉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