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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극장은 그래도 살아남을까요?

등록 2020-04-15 18:03수정 2020-04-16 02:35

[영화판 ‘코로나 지각변동’]

안방극장의 활개
‘사냥의 시간’ 개봉 미루다
‘넷플릭스 직행’ 충격선언

‘트롤’은 VOD로도 동시공개
할리우드 영화론 처음

OTT, 영화판 대체 가팔라져
석달새 50% 넘게 매출 증가

배급사들도 제작사도 궁리중
“코로나 이후도
극장이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
존재할지는 의문”

하지만 관객 많이 들수록
수익 비례해 늘어나는
극장 포기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영화판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영화관은 계속 역대 최저 관객 기록을 경신하며 바닥을 치는 반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오티티) 등 안방극장은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든 이후에도 어떻게든 한국 영화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본다. 코로나 이후 시대의 영화판은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걸 예감하고 고민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최근 국내 영화판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건은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직행이다.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연출하고 이제훈·최우식 등이 출연해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꼽혔다. 애초 2월로 예정됐던 개봉을 미루다 끝내 넷플릭스 직행을 발표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투자배급사와 국외 판매 대행사의 법적 다툼이 불거져 공개가 보류되는 등 잡음도 일었지만,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하게 한 사례다.

영화 &lt;사냥의 시간&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또 다른 사건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가 오는 29일 영화관과 주문형 비디오(VOD)로 동시 공개되는 것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영화를 이런 방식으로 개봉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씨지브이(CGV)와 롯데시네마는 상영을 거부했지만, 메가박스는 상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아이리시맨> 등 넷플릭스 영화를 극장 개봉할 당시와 비슷한 일이 반복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공고하던 극장의 벽에 빠르게 균열을 내고 있다.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는 여전히 극장 개봉 뒤 2~3주의 유예기간(홀드백)을 거치고 부가판권 시장으로 가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한 고민이 깊다. 멀티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그동안 미뤄진 영화들의 개봉관 확보 전쟁이 벌어질 텐데, 그땐 영화사와 극장 모두 다른 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씨지브이는 아이피티브이(IPTV)로 먼저 공개한 영화 <공수도>를 지난 9일 ‘역개봉’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lt;트롤: 월드 투어&gt; 스틸컷.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 스틸컷.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극장의 대체재로 떠오른 오티티의 매출 증가세는 뚜렷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9년 결산 자료를 보면, 넷플릭스 등 오티티의 국내 영화 부문 매출은 718억원으로 전년보다 32.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사태로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넷플릭스는 수치를 밝히지 않지만,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 아이지에이웍스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는 최근 석달 사이 5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급사들도 조심스럽게 변화 가능성을 찾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극장에 대한 의존도를 오티티 등 다른 경로로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사람들의 오티티 경험이 크게 확대된 건 분명하다. 이후 극장 매출이 얼마나 회복될지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배급사로서도 시야와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제작자도 마찬가지다. ‘쌍천만’ 시리즈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극장이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 존재할지는 의문이다. 제작자가 극장에 걸 영화와 오티티로 갈 영화로 나누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티티로 갈 경우 지금과는 다른 계약 형태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원 대표는 “제작자로서 일정액을 받고 납품하는 식의 오티티와 달리 관객이 많이 들수록 수익이 비례해 늘어나는 극장을 포기하기 힘들다”며 “오티티로 가도 성과가 좋으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새로운 요구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 &lt;공수도&gt; 스틸컷. 그노스 제공
영화 <공수도> 스틸컷. 그노스 제공

플랫폼의 지각변동에 발맞춰 콘텐츠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플랫폼 사업에까지 뛰어드는 시도도 나온다. 영화 투자배급사로 시작해 종합 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확장한 ‘뉴’(NEW)는 지난해 말 글로벌 디지털 사업 계열사 ‘뉴 아이디’를 설립했다. 박준경 뉴 아이디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영화, 드라마, 티브이 프로그램, 음악 등 기존 콘텐츠를 새로운 플랫폼에 맞게 변형·유통하고 나아가 새로운 방송 플랫폼을 만드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영화판만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 전반과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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