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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밤이여 나뉘어라’ 로 이상문학상 수상하는 정미경씨

등록 2006-01-09 22:08수정 2006-01-09 22:11

“막장서 석탄아닌 보석 캐라는 문단의 기대감에 두렵기도”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이상문학상 수상작에 정미경(46)씨의 단편 <밤이여 나뉘어라>가 선정되었다. 정씨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시상식에서 35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9일 낮 수상자 발표 및 기자회견장에 나온 정씨는 “집필실로 쓰고 있는 반지하 방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다”면서 “막장에서 석탄을 캘 수 있을 뿐인 내게 보석을 캘 것을 기대하면서 상을 준 게 아닌가 싶어 두려움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파멸해가는 인간내면 파고들어

수상작 <밤이여 나뉘어라>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백야를 배경으로 자멸해 가는 천재의 일그러진 초상을 통해 기억과 욕망, 이성과 감성의 관계를 천착한 작품이다.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평론가 권영민(서울대 국문과 교수)씨는 “여로형 구조를 통해 비극적 파멸을 향해 가는 한 인간의 의식의 내면을 파고든 작품”이라며 “그동안 기법적 완성도에 집착했던 작가 정씨가 인간의 양면성이라는 주제의 깊이 역시 확보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정씨는 “함부르크를 거쳐 키일에서 카페리를 타고 예테보리에 내려 노르웨이를 종단했던 2000년의 여행 경로를 이번 소설에 차용했다”며 “당시가 개인적으로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였기 때문에 풍광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소설의 제목은 윤이상의 음악에서 따 왔어요. 북구로 망명한 유대인 시인의 가사에 곡을 붙인 것인데 전체적으로 어둡고 절규하는 듯한 음악이었죠. 어둠도 아니고 빛도 아닌 백야가 계속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듯이, 삶에서도 꼭 월등하고 완벽한 것만이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것, 인생과 세계의 불완전함을 그리고 싶었어요.”

윤이상 음악에서 소설제목 따 와

정미경씨는 1987년 신춘문예 희곡 부문으로 등단한 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고 있다가 2001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소설가로 다시 등단했다. 2002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과 장편 <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를 내놓았다.


“지난 5년 동안의 내 소설 쓰기는 렌즈를 이용해 초점을 모아 태우는 느낌의, 극히 집중된 방식의 글쓰기였지만 어쩐지 삶의 진상에서는 떨어져 있다는 괴리감이 있었어요. 이번 수상작은 탁한 물에 비슷한 색의 물감을 떨어뜨려 보는 식의 편안한 글쓰기를 처음 시도해 본 작품이었습니다.”

정씨는 “한국 소설과 비교할 수 없게 많이 팔리는 어떤 번역 소설들이 한국 소설에 비해 그만큼 좋은 작품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며 “독자들이 외국 소설을 선호하는 데에는 한국 소설에 대해서는 그토록 섬세하고 집요하게 비판하면서 외국 소설에 대해서는 관대한 평단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일갈했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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