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은 네이버와 손잡고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인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슈퍼엠이 마지막 곡으로 ‘자핑’을 부르는 순간, 무대가 로마의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으로 변했다. 슈퍼엠 멤버들이 마치 고대 로마 검투사라도 된 것처럼 콜로세움 한가운데서 역동적인 몸짓을 펼쳐 보였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관객은 없었다. 대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공연을 보던 전세계 팬들이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소리 없는 환호성을 보냈다.
26일 오후 슈퍼엠의 온라인 전용 콘서트 ‘슈퍼엠: 비욘드 더 퓨처’가 두 시간 동안 펼쳐졌다. 이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와 네이버가 손잡고 새롭게 선보이는 라이브 콘서트 스트리밍 서비스 ‘비욘드 라이브’의 첫 공연이다. 단순히 오프라인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 최적화한 맞춤형 공연을 실시간 서비스하는 것이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콜로세움에서 공연하는 듯한 효과를 내는가 하면, 일반 공연 중계와는 다른 카메라 워킹으로 뮤직비디오처럼 화려하고 역동적인 장면을 잡아냈다. 슈퍼엠 멤버와 팬들이 화상 채팅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 티켓은 3만3천원에 판매됐다. 에스엠은 세계 109개 나라에서 7만5천여명이 유료로 공연을 봤다고 밝혔다.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색다른 아이돌 콘텐츠를 선보이는 시도가 늘고 있다. 에스엠은 최근 네이버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공동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슈퍼엠: 비욘드 더 퓨처’는 양해각서 이후 처음 선보인 결과물이다. 지난해 말 에스엠 소속 그룹 엑소의 공연을 네이버 브이라이브 애플리케이션으로 생중계한 적은 있지만, 두 기업이 전략적으로 공동 사업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엠 관계자는 “에스엠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네이버의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자 손을 잡았다”며 “세계 최초의 유료 온라인 맞춤형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 서비스는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에스엠이 프로듀싱한 중국 그룹 웨이션브이(5월3일), 에스엠 소속 그룹 엔시티 드림(5월10일), 엔시티 127(5월17일) 등이 비욘드 라이브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빅히트 자체 개발 플랫폼 위버스에서 선보인 방탄소년단 ‘방방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스엠이 네이버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다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자체 개발 플랫폼으로 무게중심을 조금씩 옮기는 모양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8~19일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를 진행했다. 유튜브 공식 채널 ‘방탄 티브이’를 통해 기존 공연 실황을 모아 24시간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를 했다. 총 조회수는 5059만건이었으며,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24만명을 넘겼다.
특이한 점은 전용 응원봉 ‘아미밤’을 연동했다는 것이다. 블루투스 기능으로 연결된 아미밤 색깔이 공연 장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 실제 공연장에서 응원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빅히트가 개발한 전용 애플리케이션 ‘위버스’를 통해 공연을 봐야 한다. 빅히트는 세계 162개 지역에서 50만개의 아미밤이 연결됐다고 밝혔다. 최소한 50만명 이상이 위버스를 통해 방방콘을 즐겼다는 얘기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기부터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음원을 공유했다. 특히 네이버 플랫폼을 많이 이용했다. 브이라이브를 통해 2015년부터 선보인 웹 예능 ‘달려라 방탄’은 최근 100회를 맞았다. 지난해 6월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펼친 공연을 브이라이브로 유료 생중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자체 플랫폼 위버스를 출범하면서부터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차차 늘려가고 있다. ‘달려라 방탄’은 현재 브이라이브와 위버스에서 동시 서비스하고 있으며, 유료 콘텐츠 ‘본보야지’는 시즌 4부터 위버스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빅히트 관계자는 “콘텐츠 성격에 따라 유튜브, 네이버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한편, 팬들과의 커뮤니티가 중요한 서비스는 위버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버스를 통해 전세계 팬들의 결속력을 더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