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디자이너와 청계천 일대 제조업 장인들이 합작해 만든 이색 설치작품인 ‘청계시소’. 작가가 치솟아 오른 시소의 몸체에 타고 청계천 일대를 조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운협업지원센터 제공
은빛 시소가 노을 물든 청계천의 하늘을 향해 뻗어 올랐다. 물길을 거닐던 왜가리는 끼루룩대며 시소 앞으로 날아든다.
지난 12일 초저녁, 서울 종로구 장사동에 있는 청계천 세운교 위에서 펼쳐진 광경이다. 세운상가, 세운청계상가, 을지로 공구 거리 사이를 잇는 세운교의 상판 서쪽 분수대 터에 최근 작가들이 시소 설치작품을 세우면서 독특한 볼거리들이 생겨났다.
시소를 만든 이들은 기계 디자이너 김성수(50)씨와 미디어아티스트 전유진(38)씨, 국내 최초로 개인제작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테크놀로지아티스트 송호준(41)씨다. 이들은 15~17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청계시소 놀이터’란 제목으로 일반 관객과 함께 시소를 타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행사를 연다. ‘청계시소’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cgseesaw)을 통해 온라인 중계도 할 예정이다.
‘청계시소’. 작가가 치솟아 오른 시소의 몸체 한쪽에 타고 청계천 일대를 조망하고 있다. 세운협업지원센터 제공
470여개 부품으로 이뤄진 시소는 3D 입체 모델링 작업을 통해 스테인리스로 만들었다. 정식 명칭은 ‘청계시소 프로토타입 2’. 탑승자가 페달을 밟아 몸체 반대편 추를 이동시키며 스스로 높이를 조정하는 1인용 시소다. 청계천과 을지로에서 작업해온 세 작가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인근에 조형물을 설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들은 다리에서 시소를 타며 격변해온 을지로와 청계천의 경관을 색다르게 감상하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실제 제작 공정은 을지로 일대 20여개 금속가공 업체 장인들과 여러 달 머리를 맞대며 협업했다. 그 결과 길이 5. 7m, 무게 3톤인 ‘청계천 시소’를 완성해 지난 2월 설치한 뒤 최근까지 수차례 시운전을 했다. 전유진 작가는 “
단순한 도심 경치가 아니라 청계천
과 을지로 일대에 50년 이상 융성했던 제조업체 특유의 기술 문화와 장인의 삶이 깃든 현장을 주시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소가 조망할 세운청계상가와 을지로 공구 거리에는 산업화 시기인 1960~70년대 소규모 제조업체가 번창했고, 지금도 상당수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시소가 설치된 다리 옆 공간엔 이미 재개발로 주상복합 건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착잡한 감상도 자아낸다.
‘청계시소’. 작가가 치솟아 오른 시소의 몸체 한쪽에 타고 청계천 일대를 조망하고 있다. 세운협업지원센터 제공
작가들은 프로토타입 2를 포함해 시소 3종을 선보인다. 관객이 타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세운교에 설치된 프로토타입 2와 세운교 광장에서 조립될 ‘프로토타입 3’이다. 프로토타입 3은 2인용으로, 부품을 현장에 가져와 시민들과 같이 만들게 된다. 프로토타입 1은 시소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모형인데, 작가들 공방에서 작동되는 모습이 온라인 중계된다. 시소를 제작한 작업 과정은 정동구 감독이 별도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상영할 계획이다. 시소 탑승 예약은 페이스북과 다시세운프로젝트 누리집(sewoon.org)에서 할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세운협업지원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