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미의 관심사>로 연기에 도전한 래퍼 치타(본명 김은영). 레진스튜디오 제공
노래에 연기에 사랑까지. 치타가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치타는 래퍼다. 2015년 <엠넷>의 여성 힙합 경연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직설적인 가사와 빼어난 랩 실력으로 ‘쎈 언니’ ‘걸크러시’ 열풍을 일으켰다. 그가 이번엔 연기에 도전했다. 본명 김은영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초미의 관심사>가 27일 개봉된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은영’은 “제가 만든 노래에서 출발해 연기까지 이어졌고, 도중에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다.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따로 살던 엄마(조민수)와 딸 순덕(김은영)이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찾기 위해 서울 이태원 곳곳을 누비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지랖 넓고 괄괄한 엄마와 조용하고 냉소적인 순덕은 극과 극의 성격으로 사사건건 부닥친다. 이태원 뒷골목에서 타투이스트(문신사), 트랜스젠더, 드래그퀸(여장 남성)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막내의 행방을 쫓는다.
처음부터 연기에 뜻을 둔 건 아니었다. 그가 작곡한 노래 ‘필름’과 ‘우르르’를 우연히 들은 영화사 쪽에서 영화음악으로 쓰고 싶다는 제안을 먼저 했다. 그러다 아예 연기까지 해보면 어떠냐고 했다. “제가 실제로 사는 동네인 이태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들의 공존과 이들을 둘러싼 편견을 그린다는 설정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영화에 합류한 그는 스토리에 맞게 ‘니드 유어 러브’ ‘레이디’ ‘킥 잇’ 등 노래를 추가로 만들었다. 영화에서 순덕은 재즈 가수다. 김은영은 자신이 작사·작곡한 재즈풍의 노래를 영화에서 직접 부른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레진스튜디오 제공
랩 대신 노래를 하는 치타가 낯설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래퍼 이전에 가수였다.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노래에 재능을 보인 그는 17살에 가수가 되고자 학교를 그만두고 상경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큰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으로 목소리가 낮아지고 허스키해지면서 래퍼로 전향했다. “랩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원래 꿈은 가수였어요. 이번 영화의 오에스티 앨범이 25일 나오는데, 마침 그날이 제 생일이거든요. 은영이가 노래하는 가수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에요.”
그는 영화 작업에 들어가면서 남연우 감독을 처음 만났다. 배우 출신인 남 감독과 서로 호감을 느끼다 연인으로 발전했다. “처음엔 감독과 배우가 연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 영화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젠 숨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이 떳떳해요. 영화는 영화, 연애는 연애, 공과 사를 구분하기로 합의를 봤거든요.” 둘은 요즘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 <리얼연애: 부러우면 지는거다>에 출연해 알콩달콩 사랑하는 모습을 뽐내고 있다. 영화에서 그는 차분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순덕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했다. “남 감독에게 연기를 좀 알려달라고 했더니 ‘순덕이가 뭘 생각할지만 고민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뭔지 몰라도 그대로 했더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조민수 선배님도 ‘네 모습 그대로 하는 게 좋아’라며 믿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레진스튜디오 제공
그는 지난 14일 시작한 <엠넷>의 <굿걸: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도 출연 중이다. 치타, 에일리, 효연 등 여성 뮤지션 10명이 팀을 꾸려 색다른 무대에 도전하는 경연 프로다. 여성 래퍼들끼리 싸우고 경쟁하는 <언프리티 랩스타>와 달리 출연자의 협업이 중시된다. 그는 “나는 <언프리티 랩스타>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젠 그런 싸움을 원치 않는다”며 “<굿걸>은 여성 뮤지션의 연대로 멋진 무대를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출연했다”고 말했다.
편견을 말하는 영화를 계기로 자신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길 바란다. “언제나 바른말만 하고 연애도 세게 하는 ‘쎈 언니’ 모습만 있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요. 방송에 비친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이 많아요. 앞으로도 연기, 노래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