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시설인 ‘나눔의 집’에 대한 후원금이 후원자 동의 없이 생활관 건립 등에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부금을 낸 연예인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화방송>(MBC) 시사프로그램인 <피디(PD)수첩>은 지난 19일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나눔의 집 내부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그곳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의 간식비나 생필품 구매비용, 병원비조차도 후원금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재석, 김동완 등 연예인 후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수억원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진 유재석의 경우, 그가 ‘위안부’ 인권센터 건립을 위해 지정 기탁한 후원금이 그의 동의 없이 생활관 건립에 쓰였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방송에서 생활관 증축 관련 서류 일부를 공개하며 “이를 보면 마지막 장에 유재석씨와 김동완씨에게 지정기탁서를 받았다고 적혀있지만, 저희가 시청에 낸 지정기탁서에는 이분들의 것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 서류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유재석 소속사인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유재석씨가 측근을 통해 이런 논란에 대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현재 유재석씨의 입장은 그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재석씨는 회사와 관계없이 본인 스스로 결정해서 늘 기부를 해왔고, 회사는 그가 기부할 때마다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이번 건 역시,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내거나 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재석은 과거<문화방송>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나눔의 집’을 찾은 것이 계기가 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2억6천여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신화 출신의 김동완도 이곳에 모두 1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피디수첩> 보도에 대해 ‘나눔의 집’ 이사인 화평 스님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 “일부 직원들이 제기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경기도 광주시청이 추천한 외부 인사를 감사로 선임해 내부 감사를 진행한 바 있고 지난 3월 관할지자체인 광주시청에 특별감사를 요청해 4월 사전결과 통지서를 통보받았다”며 “후원금 횡령 및 할머니들에 대한 문제는 지적된 바 없고, 운영과 관련한 경고와 시정명령 조처를 받았다. 운영 미숙에 대해 거듭 참회하며, 감사 결과를 적극 수용해 시설 운영 개선에 나서는 등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법인은 현재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철저하고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나눔의 집 운영에 있어서 성찰과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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