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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희 “부부의 세계로 얻은 것 많지만 나에 대한 부족함도 느껴”

등록 2020-05-25 17:20수정 2020-05-26 02:04

['부부의 세계' 배우 한소희]
‘여다경’ 역할로 데뷔 3년 만에 배우로서 존재감
“연기 배운 것도 아닌데 조연으로 데뷔
그 때부터 누군가에 폐 되면 안된다는 생각뿐”

캐릭터 연구하며 끊임없이 노력
“김희애 선배님의 집중력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어
난 아직 멀었구나 무력감 느낄 때 많아”

광고에 화보에 찾는 곳 많지만 들뜨지 않고
“연기 더 단단해지고 싶다” 되뇌어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도 눈길
나인아토(9ato) 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인아토(9ato) 엔터테인먼트 제공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었다. 화장은 연한 볼 터치 정도? 타인의 시선에 묶여 살던 <부부의 세계>(제이티비시) 속 ‘여다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미용실을 갔다 왔어야 했는데, 그냥 제가 집에서 하고 왔어요. 하하하.” 목젖아 보여라, 큰 소리로 웃는다. 털털하고 해맑다. ‘이태오’를 만나기 전 여다경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불안한 이태오와의 관계를 끝내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한소희를 25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불륜녀를 연기하며 욕 많이 먹었죠. 가족과 유부녀 친구들도 ‘너 그렇게 살지 말라’며 엄청 뭐라더라고요. 하하하. 많은 시청자가 ‘준영’(이태오와 ‘지선우’의 아들)과 같이 살게 된 이후부터 다경의 태도에 특히 분노하더라고요. ‘어떻게 애한테까지 그럴 수 있느냐’고. 그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하나의 관심이고 캐릭터에 집중해주는 반응 중 하나라고 생각해 상처받진 않았어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부부의 세계>를 보며 이태오와 여다경에게 격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저희 할머니도 비슷한 반응이었다”며 한소희는 또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사실 여다경은 어떤 의미에서 역대급 불륜녀였다. 그동안 드라마 속 불륜녀는 “찢어 죽일 년” 소리 들으며 머리카락 한 움큼 잡히기 일쑤였지만(<내 남자의 여자>, 2007년) 여다경은 달랐다. 이태오의 유행어가 된 대사처럼 ‘사빠죄아’(사랑에 빠진 것이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치듯 그는 시종일관 당당했다. 결국 유부남을 이혼시키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뒤 전부인이 사는 마을에 돌아와서는 “우리 사랑 축복해달라”고 말한다. 간통죄가 없어지는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과감해진 불륜녀의 변화에 시청자들은 사뭇 놀랐다. 한소희도 “‘사빠죄아’는 지금이니까 가능한 대사인 것 같다”며 “불륜이란 키워드는 예나 지금이나 비난의 대상인 건 분명한데, (드라마가 불륜을 둘러싼 당사자와 주변인의 관계, 심리의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개개인의 서사가 드러나면서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다경이 이혼 뒤 공부하는 결말을 두고도 시청자들은 “금수저라서 벌도 안 받는다”며 쉽게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다. “놀랐어요. 전 다경이 몰락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인아토(9ato) 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인아토(9ato) 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시청자들은 여다경은 미워하되, 한소희에게는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있다. <부부의 세계>로 한소희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란 데는 의견이 갈리지 않는다. 2017년 <다시 만난 세계>(에스비에스)로 데뷔한 그는 <돈꽃>(문화방송·2017) <백일의 낭군님>(티브이엔·2018) 등에 이어 데뷔 3년 만에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묘한 매력을 풍기는 마스크로 등장 첫회부터 시선을 끌었다. 이후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당당히 몫을 해내면서 시청자한테 인정받았다. 발음도 뭉개지지 않았고 표정이 다채롭진 않지만 적절했다. “연기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데 “누군가한테 폐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한소희를 여기까지 끌어올린 힘이다. “모델을 하며 광고 몇편 찍은 게 경력의 전부였어요. 연기를 따로 배운 것도 아닌데 조연으로 데뷔를 했죠. 그때부터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부부의 세계>를 하면서도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희애 선배님 등 여러 분들에게 폐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작품마다 “이 캐릭터가 지켜야 할 게 뭔지부터 생각한다”는 그는 <내 남자의 여자> 속 김희애의 불륜 연기를 보며 캐릭터 연구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다경이 이태오를 좋아하는 것도, 굳이 고산시로 돌아오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해가 안 됐”지만 배역에 빠져들 수 있었다. “부모님 권력에 등 떠밀려 살아온 다경이 감정과 자극에 대한 결핍이 심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진 건 ‘쥐뿔’도 없지만 열정 하나로 독립영화부터 시작해 예술산업에 맨땅에 헤딩하듯 뛰어드는 태오가 멋있어 보였을 거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잘생겼으니까. 박해준 선배님이 진짜 잘생기셨거든요. 하하하.” 작품에 몰입한 나머지 “이태오가 (딸인) 제니가 있는데도 준영만 생각하는 등 고산시로 돌아온 뒤의 장면을 연기하면서는 진짜 여다경인 양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lt;부부의 세계&gt; 속 한장면. 제이티비시(JTBC) 제공
<부부의 세계> 속 한장면. 제이티비시(JTBC) 제공

<부부의 세계> 이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고 화장품 모델이 되는 등 여러가지 기회가 밀려든다. 마냥 들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부부의 세계>로 배운 것, 얻은 것도 많지만 나에 대한 실망, 박탈감도 크다”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연기하는 내내 김희애 선배님을 보면서 나의 부족한 역량 때문에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김희애 선배님의 집중력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제 딴에는 큰 노력과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표현하는 기쁨이라는 감정의 결이 2개라면, 선배님들은 5개인 것 같았어요. ‘난 아직 멀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연기에 임했어요.” 부족하다는 생각 역시 지금의 한소희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이후 행보를 묻는 말에도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떤 역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보단 진짜 뭔가 더 다지고 단단해진 다음에 나오고 싶어요.”

아직은 <부부의 세계>가 주는 기쁨을 좀 더 누릴 때다. 6월5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상 욕심 없어요. 열심히 박수만 치다가 오고 싶어요.” 그러더니 마지막에 한소희다운 솔직한 답이 돌아온다. “그렇지만 드레스는 엄청 고르고 있어요. 엄청 골라요. 하하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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