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전 망자에 신긴 ‘금동신발’ 경주 신라무덤서 나왔다

황남동 120호분 보물급 유물 출토
경주 고분서 43년만에 신발 나와
허리띠은판, 말안장 등도 쏟아져
오늘 오후 2시 현장 설명회 열려

황남동 120-2호분 무덤 안 주검자리에서 금동신발이 출토되는 모습이다. 무덤 주인의 발치께에서 1쌍이 나왔다. 경주 지역 신라고분에서는 43년만에 출토된 금동신발이다.

경주 시내에 있는 신라시대 귀족무덤에서 금동신발과 허리띠 장식용 은판 등의 보물급 유물들이 잇따라 세상에 나왔다. 신라 금동신발은 경주 지역에서는 43년만에 출토된 희귀유물이어서 학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굴조사기관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부로 경주시 황남동 390번지 일대의 120호분, 120-1호분, 120-2호분을 최근 발굴 조사한 결과 금동 신발과 허리띠 장식용 은판 등 5세기 후반~6세기 전반기의 다양한 고급 유물들이 출토됐다고 27일 발표했다.

경주시 황남동 120호분 일대의 발굴현장을 공중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전경사진.

황남동 120-2호분의 주검자리에서 허리띠 장식 은판이 드러난 모습.

조사자료를 보면, 중요 출토품들은 120-2호분의 무덤 속 주검을 놓은 자리인 매장주체부에서 주로 쏟아져나왔다. 가장 돋보이는 유물인 금동신발은 지난 5월 15일 무덤주인의 발치에서 한쌍이 드러났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신발은 표면에 ‘T’자 모양의 무늬가 뚫리고, 둥근 모양의 금동 달개(영락)를 달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1970년대 경주 황남대총 남분 조사 과정에서 비슷한 형태의 신발 유물이 나온 바 있다. 경주 신라 고분 속에서 금동신발이 출현한 것은 1977년 경주 인왕동 고분군 발굴 조사 이래 43년만이다. 신라 무덤에서 출토된 신발은 실생활에 쓰던 것이 아니라 망자를 장사 지내는 의례의 기물 용도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무덤주인의 다리 부분에서는 허리띠 장식에 사용된 은판이, 머리 부분에는 신발에 달린 것처럼 여러 점의 금동 달개가 흙 속에서 일부 드러났다. 조사단 쪽은 이 달개가 머리에 쓰는 관(冠)이나 관 꾸미개(관식)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물을 수습한 뒤 정밀 분석하기로 했다. 또, 껴묻거리를 묻는 부장품 칸에서는 금동 말안장과 금동 말띠꾸미개 등 각종 말갖춤(마구) 장식, 청동 다리미, 쇠솥, 다양한 토기류 같은 생활유물들도 쏟아져나왔다.

120-2호분 발굴과정에서 신라인들이 쓰던 청동다리미가 노출된 광경이다.

120-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 말안장을 부분 복원한 도상.

황남동 120-2호분에서 나온 다양한 종류의 금동 말갖춤(마구) 장식들을 한데 모은 모습.

황남동 120호분, 120-1호분, 120-2호분은 국가사적인 경주 대릉원 권역 안에 자리하고 있다. 120호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학자들이 이미 무덤 번호를 매겼으나 해방 뒤 민간인들의 집이 들어서면서 고분의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2018년 5월부터 120호분의 무덤 잔존 유무와 고분 범위 등을 파악해 유적 정비사업의 기초 자료로 쓰기위한 발굴조사를 벌여왔다. 이듬해 무덤 조사 과정에서는 120호분 북쪽에 있는 120-1호분과 120호분 남쪽에 자리한 120-2호분을 추가로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출토된 말갖춤 가운데 일부인 금동말띠꾸미개.

이번 조사에서 120호분은 봉분이 비교적 양호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화강암이 풍화한 마사토를 써서 북서-남동축 26.1m, 북동-남서축 23.6m 규모로 봉분을 쌓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에 있는 신라 특유의 돌무지덧널무덤들(적석목곽묘) 가운데 마사토로 봉분을 만든 사례는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고 조사단 쪽은 설명했다. 120-1호분과 120-2호분은 120호분의 봉분 일부를 파내고 만들어져 120호분보다 후대의 무덤으로 보인다. 120-1호분에서는 쇠솥과 유리구슬, 토기류가 나왔다.

연구원 쪽은 120-1‧2호분의 조사를 마친 뒤 120호분 내부의 매장주체부도 본격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120호분은 120-1‧2호분에 비해 봉분의 규모가 훨씬 크다. 현재까지 출토된 유물들보다 위계가 더 높은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학계의 기대를 모은다. 금동신발 등이 묻혔던 발굴 현장은 오늘 오후 2시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참관하려면 현장 입구에서 코로나 예방을 위한 발열 검사를 하고 손소독을 해야한다. 글 노형석 기자 [e-mail], 사진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