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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혼성그룹이 돌아온다…올여름 가요계, 우리가 ‘싹쓰리’

등록 2020-06-07 15:00수정 2020-06-07 16:25

‘레전드’ 유재석·비
‘MBC 놀면 뭐하니?’서 그룹 결성
90년대 쿨·룰라·자자·코요태 등
‘혼성그룹 전성시대’ 부활 예고

남녀 분리 ‘아이돌 팬덤’ 문화로
2000년대 이후 자취 감췄지만
가요계 활황기 회고 움직임 더해
현재형 톱스타 조합으로 화제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다. ‘시대의 아이콘’ 이효리와 ‘깡’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비, 거기에 ‘국민 엠시(MC)’ 유재석이라니.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무려 셋이다. ‘뭘 해도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들 조합으로 최근 혼성그룹이 꾸려지면서, 1990년대 한국 가요계를 휩쓴 혼성그룹이 2020년에 부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혼성그룹을 결성한 이들은 지난 4일 시청자 공모로 그룹 이름을 ‘싹쓰리’로 정했다. 올여름 가요계를 ‘싹쓸이하겠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이들은 오는 7월18일 방송을 통해 정식 데뷔한다. 이후 혼성그룹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가장 큰 관심은 여성 혹은 남성 멤버로만 꾸려진 아이돌그룹이 공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가요계에 이들이 지각변동을 불러올지다. <놀면 뭐하니?>는 올여름 가요계 틈새시장을 노리고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 특유의 감수성과 매력을 담은 혼성댄스그룹 프로젝트를 벌이며 이 팀을 완성했다. 혼성그룹에 대한 향수와 대중의 기대를 읽은 것이다. 관심은 시청률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팀을 맺기로 한 지난달 30일 방송의 경우, 전국 시청률은 9.3%(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로 최근 두달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혼성그룹 결성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온 1990년대 가요계를 회고하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에이치오티(HOT), 젝스키스, 에스이에스(SES) 등을 무대에 세운 과거 <무한도전>(MBC)의 ‘토토가’(2014~2018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프로젝트)에서부터 최근 <슈가맨>(JTBC)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가요계를 회고하는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왔다”며 “이번 프로젝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이효리, 비, 유재석으로 꾸려진 혼성그룹 ‘싹쓰리’ &lt;문화방송&gt; 제공
이효리, 비, 유재석으로 꾸려진 혼성그룹 ‘싹쓰리’ <문화방송> 제공

1990년대를 돌이켜보면, 당시 가요계는 혼성그룹의 전성시대였다. 다양한 그룹이 등장해 저마다의 스타일로 가요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철이와 미애(1992년), 잼(1993년), 룰라·쿨·투투(1994년), 자자·영턱스클럽·유피(1996년), 업타운(1997), 코요태(1998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혼성그룹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한 에이치오티, 젝스키스, 핑클, 에스이에스 등 남성·여성 아이돌그룹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다. 이들 아이돌의 인기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이른바 ‘2세대 아이돌’을 거쳐, 방탄소년단(BTS),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오늘에 이르렀다.

혼성그룹 가수들은 2000년대 이후 변화의 원인으로 ‘팬덤 문화’를 꼽았다. 자자의 메인보컬 유영은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남녀가 분리된 아이돌에 견줘, 혼성그룹은 팬덤의 힘이 약하다”며 “제작자들은 돈이 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초창기 아이돌이 팬덤으로 크게 성공하자, 모두가 비슷한 팀을 내면서 혼성그룹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고 짚었다.

룰라 출신이자 제작자였던 이상민도 지난달 9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 “1990년대 앨범시장이 호황기 땐 혼성그룹의 대중성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요즘은 팬덤 중심으로 문화가 바뀌면서 혼성그룹이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며 “무대 위 ‘나의 가수’가 다른 이성과 서는 모습을 팬들은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혼성그룹을 대체하는 것이 컬래버레이션(협업)”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효리, 비, 유재석의 결합이 가요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들 혼성그룹은 톱스타들이 모인 조합이란 점에서 화제성 면에서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핑클 멤버들의 재결합(이효리), ‘깡’ 재조명(비), 유산슬 열풍(유재석) 등으로 구성원들이 최근 주목받아온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미묘 편집장은 “이효리나 비가 에이치오티나 젝스키스처럼 과거 어느 시점에 박제된 가수가 아니라 현재형 가수라는 점에서 과거와 차별화된 혼성그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3년만에 컴백한 혼성그룹 자자. 사진 자자 제공
23년만에 컴백한 혼성그룹 자자. 사진 자자 제공

다만, 이들의 시도가 가요계에서 사실상 사라진 혼성그룹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여전하다. 김윤하 평론가는 “이들이 과거 90년대 인기 혼성그룹을 재조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혼성그룹 부활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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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재탕보다 ‘우리, 함께’ 오래가려고요

[23년 만에 컴백한 ‘자자’]
당시엔 유치하게 느껴졌지만
잊지 않은 팬들 덕에 명곡 등극
신곡은 ‘자자표’ 댄스곡 아닌
미디엄 템포의 감사 메시지로

23년만에 컴백한 혼성그룹 자자. 사진 자자 제공
23년만에 컴백한 혼성그룹 자자. 사진 자자 제공

매일 같은 시간대에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마주친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는가. 말 한마디 못 건네고 속으로 끙끙 앓았던 적은? 그때 그 시절, 이렇게 가슴앓이하던 중고생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담은 노래가 있었다. 바로 혼성그룹 자자의 ‘버스 안에서’다.

“(남) 나는 매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항상 같은 자리 앉아 있는 그녈 보곤 해/ 하지만 부담스럽게 너무 도도해 보여/ 어떤 말도 붙일 자신이 없어/ (여) 아니야 난 괜찮아 그런 부담 갖지 마/ 어차피 지금 나도 남자친구 하나 없는데…” 소심한 남자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는 참으로 신나고 흥겨웠다. 쿵쿵 심장을 울리는 도입부부터 노래는 잠시도 멈춰 서지 않고, 롤러코스터처럼 달리고 또 달렸으니.

이 노래를 부른 자자가 23년 만에 돌아왔다. 새 노래 들고. 다만, 결성 당시 4인조였지만 지금은 권용주, 김정미가 빠진 유영, 조원상 체제다. 이들은 지난달 9일 신곡 ‘우리, 함께’를 내고 다시 활동에 나섰다. “오랜 세월 기다려준 팬들과 그 시간 동안 우리 노래를 잊지 않아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준비하게 됐어요. 23년 만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난달 만난 자자의 얼굴에선 설렘이 묻어났다.

디지털 싱글로 발매된 이번 곡은 메인 보컬인 유영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 90년대 감성이 짙게 밴 빠르고 신나는 자자표 댄스곡을 기대한 이들이 많겠지만, 미디엄 템포의 곡이다. “시대가 힘든 만큼, 마음 편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곡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유영, 이하 유) 노래는 ‘어려운 시간을 우리,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포개져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버스 안에서’와 같은 경쾌한 노래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왜 없었겠어요. 제가 팬이라도 그런 노래를 원했을 거예요. 그런데 억지스러워 보이는 게 싫었어요. 지금 와서 그때 그런 노래를 반복할 순 없다고 생각했죠. 당시 우리 감성이 요즘 음악 하는 사람들에겐 없는 것이기도 했고요.”(유)

자자가 무대에 선 시간은 사실상 1997년 1년 정도다. 이들은 쉽게 잊혔지만, 노래는 달랐다. ‘버스 안에서’는 지난 23년 동안 꾸준히 불리며 90년대 혼성그룹 댄스곡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지금은 명곡이란 걸 알게 됐지만, 처음에는 이 노래가 너무 싫었어요. 가사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유치하다고 할까요.” 유영의 말을 함께 있던 조원상이 넘겨받았다. “누나(유영)는 이 노래를 부를 때, ‘학교 가는 학생’이 아니었어요. (일동 웃음) 본인은 성인인데, 가사는 애들 것 같다며 부끄러워했죠.” 애초 이 곡은 1집 앨범 <일루전>(환상)의 타이틀곡이 아니었다. “앨범을 내려면 곡 수를 채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넣게 된 곡 가운데 하나가 ‘버스 안에서’였어요. 그런데 녹음하고 나서 보니 타이틀보다 이 곡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 이 곡을 타이틀곡 삼아 활동한 거예요.”(유)

노래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1997년 무려 넉달 동안 음악방송 1위 후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자자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유영의 탈퇴와 조원상의 입대 등으로 불과 1년여 만에 팀이 해체됐기 때문이다.

“그룹 이름이 ‘자자’였는데, 소속사에서 잠을 안 재웠어요.”(조원상) 아침부터 새벽까지 방송활동과 행사들을 소화해야 했다. 특히, 밤과 새벽에 ‘뺑뺑이’ 돌아야 했던 야간 업소 무대는 고통이었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엔 소속사와의 계약관계나 수익분배 등이 투명하지 않았어요. 우리뿐만 아니라 당시 가수들은 다 비슷했을 거예요.”(유) 유영은 위약금까지 내고서야 소속사를 나올 수 있었다.

팀 해체 이후 이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왔다. 유영은 여성 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잠시 솔로 가수 준비를 하기도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은 경기도의 한 대학에서 공연제작과 관련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원상은 여성 옷, 인터넷 쇼핑몰, 휴대폰 매장 등의 사업을 차례로 벌였다가 모두 실패한 뒤, 지금은 향수 사업을 하는 중이다.

23년 만에 새 노래를 들고 온 이들의 앞으로의 계획은 뭘까? “저희 주업이 따로 있다 보니, 예전처럼 온전히 활동하기가 쉽지 않아요. 열린 결말로 해둘게요. 다만, 예전처럼 흐지부지 사라지고 싶지는 않아요.” 그들이 웃으며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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