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황인찬 시인은 한겨레교육에서 <황인찬과 2020년의 시에 대해 상상하기> 강좌를 맡고 있다. photo by momom
<사랑은 우르르 꿀꿀>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사랑을 위한 되풀이>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앞서 나열한 시집은 한겨레교육 글쓰기·창작·번역아카데미 ‘글터’ 강사진의 작품이다. 모두 고개를 주억거리거나 생각을 곱씹게 한다.
제목에 이끌려 시집을 집어 드는 경우가 있다. 호기심을 느끼거나 매혹 당해서다. 이렇게 시를 읽다가 직접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등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시로 남기거나 혹은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글터가 시창작 과정을 새롭게 단장했다. 기존 김근, 이영주, 조동범 시인에 더해 지난해 장수진, 최정례, 황인찬 시인이 진행하는 과정을 새롭게 열었다. 이번에 김복희 시인까지 합류하면서 등단 5년차 시인부터 30년차 원로까지 ‘완전체’ 강사진이 꾸려졌다.
김근, 이영주, 조동범 시인은 글터에서 수년째 강의를 이어오고 있는 베테랑 강사다. 세 사람 모두 시를 처음 쓰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입문반과, 심화 과정인 합평반(연구반) 강의를 맡고 있다. 치밀한 작법 이론과 합평에 힘입어 수강생 만족도가 높으며 등단자만 수십 명에 달한다.
시창작에 반드시 필요한 ‘젊은 감각’을 끌어내기 위한 수업도 마련했다. 지난해 말 황인찬 시인을 필두로 김복희 시인의 강좌 <김복희와 함께, 처음 써보는 시>를 선보인다. 이 강좌는 새롭게 합류한 ‘백지의 척후병’(시인의 등단작 제목) 김복희 시인이 시 쓰기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동시에, 시의 기초를 다지는 수업이다.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 황인찬은 기수마다 강좌 콘셉트와 커리큘럼을 바꿔 진행한다. 주로 2000년~2010년대 한국시·외국시에 대해 토론하고 직접 시를 창작했던 <황인찬 시인의 시를 의심하며 시 쓰기>에 이어, 이번 강좌 <황인찬과 2020년의 시에 대해 상상하기>는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고 미래에 나올 시의 장르와 형식을 예측해 써보는 콘셉트다.
시를 읽고, 해석하고, 쓰는 스타일은 시인의 수만큼 다채롭다. 이번 확대 개편 또한 수강생 선택 폭을 넓혀 문학적 시각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취지다.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유명한 장수진 시인의 강좌는 시집 <사랑은 우르르 꿀꿀>(문학과지성사, 2017)만큼이나 ‘힙’하다. ‘막 쓴 시’를 목표로 비가 막 내리는 것처럼 마구잡이로 썼지만 어딘가 규칙성 있는, 자신만의 작법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시창작을 하려면 끈질긴 공부와 습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등단 30년을 넘은 최정례 시인이 창작 기술 연마에 힘을 보탠다.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한 그는 아직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시 장르에 발자취를 뚜렷하게 남긴 한국시와 외국시를 분석한 후, 자신만의 시를 창작해본다.
이처럼 다양한 강좌들과 강사진으로 확대된 한겨레 글터에서 본인의 실력과 취향에 따라 맞춤형 강의를 골라 들어보자. 더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www.hanter21.co.kr) 참조.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