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씨제이이앤엠 제공
“드라마를 본 뒤 전미도를 알게 됐고,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전미도가 출연 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9월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의 관람을 기다리는 30대 관객 최진하씨의 말이다. 그는 “예매가 쉽지 않아 친구들과 처음으로 ‘광클’이란 걸 해봤다”며 웃었다. 안 그래도 공연계의 주역이던 전미도의 주가는 최근 더 올라갔다. 지난 5월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티브이엔)로 데뷔 이후 처음 드라마에 출연한 뒤 대중적 인지도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을 제작하는 씨제이이엔엠(CJ ENM) 관계자는 “드라마 직후 바로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며 “전미도가 출연하는 회차가 가장 먼저 매진됐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리 창작 뮤지컬로 2016년 초연, 2017년 앙코르, 2018년 재연에 이어 올해 삼연째를 맞은 작품이다. 전미도는 초연 때 출연했다. 초연 때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폐막 즈음 전석 매진이 됐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피케팅’(피가 튀는 티케팅)이 치열했다. 1차로 오픈한 6~7월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전미도의 위상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씨제이이엔엠 관계자는 “전미도에 대한 인터뷰와 화보 촬영 요청이 초연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며 “공연을 보지 않던 새로운 관객층의 유입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생애 첫 광고 촬영을 하고, 직접 부른 드라마 수록곡이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던 전미도는 드라마 종영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온 우주가 도와주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전미도는 헬퍼봇 ‘클레어’를 한재아·강혜인과 함께 번갈아 맡는다. 기계가 발달할수록 고립되는 사람들을 로봇에 비유한 영국 밴드 블러의 리더 데이먼 알반의 곡 ‘에브리데이 로봇’이 작품의 모티브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사람을 돕도록 설계된 헬퍼봇 ‘올리버’가 ‘클레어’의 도움으로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함께 출연했던 정문성이 초연에 이어 다시 올리버로 나와 전미도와 호흡을 맞춘다. 재연 때 출연한 전성우와 지난 5월 막을 내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주목받은 양희준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단숨에 대학로 ‘인싸’ 작품으로 떠올랐다. 전미도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공연계가 침체한 상황인데, 내가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연출은 “(우리 모두가) ‘인간’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저장하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을 만든 박천휴는 “사람이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 힘든 세상에서 마음으로 위로하는 헬퍼봇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흥행 조짐과 더불어 앞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 잇달아 개막하면서 공연계도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 2월 공연 당시 여성 서사를 담은 내용으로 호평받았던 뮤지컬 <마리 퀴리>(7월30일~9월27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는 김소향과 함께 옥주현의 출연이 결정돼 기대감이 높아졌다. 3일 기준으로 1차 오픈한 예매표 중 옥주현 회차는 이미 매진됐다. <마리 퀴리> 관계자는 “작품 자체도 좋지만, 옥주현에 대한 기대감이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모차르트>(6월16일~8월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렌트>(6월13일~8월23일, 디큐브아트센터), <브로드웨이 42번가>(6월20일~8월23일, 샤롯데씨어터) 등 검증된 대작에 이어 초연작 <제이미>(7월4일~9월11일, 엘지아트센터)까지 잇달아 개막해 식었던 무대를 조금씩 데우고 있다. 3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곤두박질쳤던 공연 전체 매출액은 6월 104억7천만원으로 지난 5월(112억6천만원)에 이어 간신히 100억원대를 넘기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뮤지컬이 약 9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6.4%를 차지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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