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 분야의 공룡으로 점차 몸집을 불리고 있는 카카오엠(M)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연예매니지먼트·음악·영화·드라마 등 문화산업 전반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카카오엠이 2023년까지 연간 4천억원 규모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새로운 플랫폼 오픈 등 카카오엠의 청사진이 실현될 경우, 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김성수 카카오엠 대표는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어 “콘텐츠 비즈니스의 진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가겠다”며 이런 구상을 밝혔다.
카카오엠은 카카오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자회사다. 카카오는 2016년 가수 아이유 소속사이자 음원사이트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뒤, 2018년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엠을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인 멜론은 카카오 본사에 남기고, 음악 레이블, 배우 매니지먼트사 등 콘텐츠 사업을 카카오엠으로 옮겼다.
이후 카카오엠은 음악 레이블은 물론 배우 매니지먼트사,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병헌 소속사 비에이치(BH)엔터테인먼트, 공유 소속사 매니지먼트 숲, 윤종빈 감독의 영화사 월광, 공연 제작사 쇼노트 등 20여개사와 손을 잡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거물로 급부상했다. 카카오엠이 이날 처음 연 사업설명회에 업계의 관심이 폭증한 까닭이다.
이날 발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배우·가수는 물론 감독·작가·작곡가 등 창작자, 사업 개발자까지 아우르는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각 분야의 유능한 사람들이 모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카카오엠의 역할”이라며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많은 회사를 인수합병하고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배우·가수 등 스타들의 지식재산(IP) 가치를 높이고 영역을 넓히는 게 주요 사업이다. 스타들이 유튜브, 카카오티브이 등에 채널을 열고 직접 콘텐츠를 기획·제작함으로써 팬들과 소통하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스타가 자신의 이미지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직접 상품 기획·유통·마케팅에 참여해 자신의 브랜드를 창조해내는 ‘셀럽 커머스’ 사업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기존 매니지먼트 사업을 디지털과 접목해 수익화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다.
스타들의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2023년에는 연간 4천억원 규모의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전세계 26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케이팝 채널 ‘원더케이’를 통해 케이팝 영향력을 확산하고, 영화·드라마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웹소설 등 지식재산을 활용하고 자체 스토리를 개발해 2023년에는 연간 15편의 영화·드라마를 제작하는 게 목표다.
김성수 카카오엠 대표가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엠 제공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모바일 쇼트폼 콘텐츠’ 제작이다. 카카오엠은 2023년까지 3천억원을 들여 240개 넘는 모바일 쇼트폼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평균 20분짜리 모바일 콘텐츠를 매일 3편 이상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황금어장> <비긴어게인>의 오윤환 제작총괄, <진짜 사나이> 김민종,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문상돈,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권해봄 등 스타 피디들을 대거 영입했다. 모바일 쇼트폼 콘텐츠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며, 올해 안에 오픈할 예정이다. 콘텐츠를 선보일 독보적 플랫폼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콘텐츠 컨설팅업체 티엠아이에프엠(TMI.fm)의 차우진 대표는 “스타 매지니먼트와 제작 등을 아우르는 시도는 할리우드에서 이전부터 해온 터라 새로운 건 아니지만,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로 판을 키운 건 글로벌 경쟁력 면에서 파급력이 크다”며 “카카오엠의 행보에 따라 업계 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출범한 쇼트폼 영상 서비스 ‘퀴비’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퀴비에 아직은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지 않은 것 같더라”며 “우리는 모바일로 보면 더 재밌는 콘텐츠로 차별화하려 한다. 웹툰 소재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