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매에서 유찰된 겸재 정선의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화첩(국가지정보물) 가운데 해악팔경 연작들. 케이옥션 제공
조선 후기 거장 겸재 정선(1676~1759)이 남긴 명품 그림첩으로 국가지정보물인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경매에 나왔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해악팔경…’화첩은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마련한 7월 정기 경매의 마지막 순서에 시작가 50억원으로 나왔으나 낙찰에 실패했다. 경매사는 50억원으로 시작해 5천만원씩 호가한다고 알렸으나, 응찰하는 이가 한명도 나오지 않자 1분 만에 유찰을 선언했다. 케이옥션 쪽이 밝힌 화첩의 애초 추정가는 50억~70억원이었다. 낙찰될 경우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곳값 기록을 세우는 것이어서 낙찰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우학문화재단이 소장해온 이 화첩은 18세기 이 땅 산하의 개성적인 실경 묘사로 이른바 ‘진경산수화풍’을 일으킨 겸재의 말년기 명작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유의 호방한 묘사와 압축적 구도가 돋보이는 강원도 금강산과
인근 동해안 명소들의 진경산수화 8폭, 중국 송나라 유학자 8명의 고사 인물화 8점이 각각 들어 있다.
금강산 산수화와 특정 시기 고사 인물화를 한 첩에 모은 희귀한 사례여서 회화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금까지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 낙찰가는 2015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청량산괘불탱'(국가지정 보물)이 팔릴 당시 기록한 35억2천만원이다. 케이옥션은 지난 5월 경매에서도 일제강점기 대수장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 낸 국가지정보물 불상 2점을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출품했으나 응찰자가 나오지 않아 모두 유찰된 바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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