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21세기 칙릿의 ‘SNS적 풍경’

등록 2020-07-17 20:01수정 2020-07-18 02:33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팔로워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패션 사진작가 나라 리미(나카타니 미키)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 ‘사진가로서의 위엄이 부족한 어린 여자애’라는 폄하의 시선을 극복하고 성공의 정점에 선 리미는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당당하고 완벽한 리미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다. 결혼은 싫지만, 아이를 원하는 것. 오랜 노력에도 임신에 실패하고 우울해하던 리미는 우연히 광고 촬영장에서 젊은 단역배우 햐쿠타 나쓰메(이케다 에라이자)를 만난다. 감독에게 무시당하고 분노의 눈물을 흘리던 나쓰메의 눈빛을 본 리미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게 되고, 이날의 만남은 두 사람의 삶에 결정적 전환을 가져온다.

지난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드라마 <팔로워들>은 도쿄의 화려한 연예계를 배경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세련된 최첨단 전문 직종, 일과 사생활 사이의 균형, 여성들 간의 우정 등을 주 내용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2000년대 초반 미국 <에이치비오>(HBO)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전세계적 성공 이후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현대 여성들의 성장 서사 ‘칙릿’의 계보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리미와 기업인 에리코(나쓰키 마리), 기획사 직원 아카네(이타야 유카) 등 연령을 초월해 진한 우정을 나누는 세 여자 친구와 여기에 가세한 게이 매니저 유루코(가네코 노부아키)의 관계는 ‘칙릿’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 배치다.

다만 <팔로워들>은 이러한 전형적인 칙릿의 공식과 주제를 사회관계망서비스라는 변화된 매체의 풍경을 통해 풀어나간다. 과거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캐리가 패션지 <보그>의 칼럼을 통해 성공한 전문직 여성들의 욕망을 대변했다면, <팔로워들>은 파편화된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삶의 환경 속 여성들의 고민을 표현한다. 가령 화려한 직업적 성취를 이룬 리미와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면서 배우의 꿈에 매달리는 나쓰메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인물들이다. 초반에 <팔로워들>은 이들의 계급 격차를 ‘팔로워’ 수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는 리미와 나쓰메에게 이러한 ‘다름’을 넘어선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리미와 나쓰메는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온 공통적 경험을 확인하고 교감을 이어간다. <팔로워들>은 그렇게 변화된 매체의 환경과 상관없이 여전한 여성들의 차별적 경험과 연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포토그래퍼 출신의 여성 감독 니나가와 미카는 감각적인 영상 안에 여성들의 다채로운 표정을 인상적으로 담아낸다. 파격적인 스타일을 통해 리미의 강렬한 캐릭터를 잘 표현한 나카타니 미키를 비롯해서 나쓰메와 유사한 삶의 궤적을 걸어온 이케다 에라이자 등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티브이 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하이브, 민희진 오늘 고발…“‘뉴진스 계약 해지’ ‘빈껍데기 만들자’ 모의” 1.

하이브, 민희진 오늘 고발…“‘뉴진스 계약 해지’ ‘빈껍데기 만들자’ 모의”

‘범죄도시4’ 개봉 첫날 관객 82만…역대 오프닝 기록 4위 2.

‘범죄도시4’ 개봉 첫날 관객 82만…역대 오프닝 기록 4위

방시혁에 맞선 ‘민희진의 난’ 돌이킬 수 없다…뉴진스 앞날은? 3.

방시혁에 맞선 ‘민희진의 난’ 돌이킬 수 없다…뉴진스 앞날은?

동물이 사라진 세상, 인간이 고기가 돼 식탁에 [책&생각] 4.

동물이 사라진 세상, 인간이 고기가 돼 식탁에 [책&생각]

[인터뷰] 민희진 “난 저작권과 무관한 제작자…공식 깨고 싶은 사람” 5.

[인터뷰] 민희진 “난 저작권과 무관한 제작자…공식 깨고 싶은 사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