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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주말에 다시보기] 영혼까지 파괴 당하는 아이들…성인 되어도 ‘각인된 고통’

등록 2020-07-24 18:22수정 2020-07-30 19:24

[7월18일 방송 SBS <그것이 알고싶다-2020 아동학대> 편]
아동학대 실태 고발 함께
지속적 관심 중요성 다뤄
프로그램 갈무리
프로그램 갈무리

☞한주간 방영작 중에서 주말에 다시 보면 좋을 프로그램 혹은 화제의 인물을 소개합니다. 잘 만든, 의미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 알리미. 주말에 다시보기! 매주 토요일 찾아옵니다.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 제공
아뿔싸! 놓쳤지만, 다시 보면 좋을 이주의 ‘찐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주말에 다시보기’! 지난주 방영작 중 의미있는 추천 프로그램은 20년 전 자행된 사건과 최근의 사건을 연결해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각도에서 들여다본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 18일치 ‘아물지 않는 영혼의 상처, 그 후―2020 아동학대’ 편이다.

여행 가방 속에 갇히고, 뜨거운 프라이팬으로 고문당하고…. 부모의 학대로 다치고 죽는 아이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고 뉴스를 장식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학대 이후 아이들의 인생이라는 사실을 되짚으며 아동학대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체적 폭행을 넘어 정서적 학대의 심각성을 강조한 점이 도드라졌다. 제작진은 보호자가 초등학교도 보내지 않고 2년간 여러 병명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시킨 아이가 있다는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고 아이를 찾아내 가족을 직접 만났다. 겉으론 학대 흔적이 없지만, 부모가 보험사기에 이용하기 위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병원을 전전하게 만들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건강해 보이는 아이는 3~4살 무렵부터 5년 동안 42차례나 입원했다. 그간 원격수업을 받는다는 이유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아 한글조차 제대로 읽지 못한다. 신수경 변호사는 “교육적 방임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유형 중 하나로 금지 행위”라고 강조한다.

프로그램 갈무리
프로그램 갈무리
방송에서 특히 가슴이 저렸던 부분은 어린 시절 학대로 고통받은 아이들의 ‘그 후’를 전해주는 대목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칠곡 계모 사건’ 피해자의 언니, 20년 전 아버지가 보험금을 타내려고 손가락을 절단했던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자식의 손가락을 절단했던 아버지는 치료감호 4개월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부자는 지난 13년을 함께 지냈다. 아이는 오히려 성인이 된 뒤 당시 그 사건이 얼마나 자신을 망가뜨렸는지를 깨닫는다. 그는 “사춘기 무렵부터 방황했고, 아빠와 사는 게 무서웠다. 아빠가 가위로 (손가락을) 자르던 그 느낌이 지금까지도 선명하다”고 말한다.

육신보다 영혼에 깊이 새겨진 상처를 지우는 게 아이들에게는 더 힘든 숙제였다는 걸 어른들은 헤아리지 못했다. 칠곡 계모 사건 피해자 언니의 말은 가슴을 후볐다. “내가 태어난 게 가장 원망스럽다. 엄마·아빠가 내가 생겨 결혼했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동생도 없었을 것이고, 그럼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

프로그램 갈무리
프로그램 갈무리
좋은 프로그램의 출발은 제보였다. 이날 소개된 사건의 제보자는 “주변에 학교 안 가는 아이가 있는데 이런 걸 제보해도 되는지, 어디에다 해야 하는지 몰라 걱정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아동학대에 대한 더욱 강력한 처벌이 마련된 계기 역시 한 통의 제보 전화 때문이었다. 1998년 이웃의 제보로 드러난 ‘군포 남매 학대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제기됐고 유명무실했던 아동보호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허윤무 피디는 “전화 한 통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 제보 전화가 없었다면 아이가 어떻게 됐을지 모를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을 환기하는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이자, 이 프로그램을 다시보기를 권하는 이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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