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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만능사원’이 돌아왔다, 파견의 품격 2020

등록 2020-08-07 19:53수정 2020-08-08 02:33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 2020>
&lt;파견의 품격 2020&gt; 공식 트위터 갈무리
<파견의 품격 2020> 공식 트위터 갈무리

대형 식품회사 에스앤에프(S&F)에 근무하고 있는 29살의 후쿠오카 아키(요시타니 아야코)는 3개월마다 계약을 새로 갱신해야 하는 파견사원이다. 올해로 벌써 3년째, 어김없이 다가온 계약 종료 시점 앞에서 불안에 떨던 후쿠오카는 3개월 더 일해도 좋다는 소식을 듣고 겨우 숨을 돌린다. 취업 시험에서 23번째 낙방한 끝에 결국 파견회사를 찾은 치바 코나츠(야마모토 마이카)는 입사 면접에서 탈락했던 에스앤에프에서 첫 파견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한팀이 된 후쿠오카와 치바는 젊은 여성 파견직으로서의 고충을 나누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어느 날 영업부 마케팅과에 최고의 파견사원이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마침내 그녀를 만난 후쿠오카와 치바는 소문을 뛰어넘는 실체에 충격을 받는다.

전설의 ‘만능사원’이 돌아왔다. 지난 6월 일본 엔티브이(NTV)에서 방영된 <파견의 품격 2020>은 2007년 드라마 <파견의 품격>의 속편이다. 첫 방영 당시 양극화된 일본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날카롭고 유쾌하게 풍자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파견의 품격>은, 2013년 우리나라에서도 김혜수 주연 <직장의 신>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어 친숙하다. 13년 만에 주요 출연진 그대로 돌아온 속편은 여전히 슈퍼 파견사원으로 살고 있는 오오마에 하루코(시노하라 료코)가 전편의 배경인 에스앤에프와 다시 한번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눈여겨볼 것은 환경의 변화다. 13년이라는 시차는 얼핏 그렇게 큰 격차로 느껴지지 않지만, 일본 사회는 그사이 헤이세이 시대에서 레이와 시대로 이동했다. 연호가 교체될 무렵만 해도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헤이세이 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일본이었지만, 현재의 모습에서 낙관적 전망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파견의 품격 2020>은 그러한 일본의 현주소에 대한 냉소적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이는 드라마 오프닝 자막에서부터 단적으로 드러난다. “2020년,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라는 일본의 고용 형태는 무너졌고 그 결과 비정기 고용자, 특히 파견사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140만명에 달하는 파견사원은 월급은 시급제고 교통비는 자신이 부담하며 3개월마다 계약을 새로 갱신하는 등 그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고 혹독하다.”

<파견의 품격 2020>은 이 우울한 현실을 그리기 위해 노동시장의 최하층에 자리한 젊은 여성 파견사원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마지막 계약 갱신을 앞두고 무보수 야근에 성폭력까지 참고 견뎌야 했던 후쿠오카 아키의 에피소드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속편의 진화된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같은 노동자로서 후쿠오카의 고통에 공감하고 합리적인 대처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신입사원 치바 코나츠의 캐릭터도 이 작품의 여성 서사적 성격에 힘을 실어준다.

더 암울해진 현실 속에서도 <파견의 품격 2020>은 여전히 통쾌하다. 일본 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여성 캐릭터 오오마에 하루코가 현실의 부조리를 시원하게 깨부수기 때문이다. 첫 회에서 오오마에가 곤경에 처한 후쿠오카와 치바를 구하기 위해 출동하는 장면은 이 독보적인 슈퍼히로인 캐릭터의 진가를 증명한다. 그녀의 유쾌한 활약을 보면서 <직장의 신>도 다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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