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지상파 3사 중 처음으로 간판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에서도 수어 통역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5월 국가 인권위원회 권고 이후 3개월 만이다. 지상파 3사는 티브이 화면상의 제약과 스마트 수어 방송 등 기술적 문제 해결 추진을 이유로 “간판뉴스에도 수어 통역을 제공하라”는 인권위의 권고 이행을 미뤄왔다. <한국방송> 쪽은 10일 “인권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외부 여건에 맞춰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청층을 아우르는 공영방송사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성현 수어 통역사가 뉴스에 제공된 수어 통역을 연습하는 모습. 백소아 기자
<한국방송>의 이 같은 결정이 장애인 방송접근권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에 농인은 약 35만명에 이르지만, 현재 전체 프로그램 중 수어 방송은 장애인 방송 고시에 따른 법적 기준(5%)을 간신히 넘긴 7%로 추정된다. 수어 통역사도 <한국방송>이 9명으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고, <에스비에스> 2명, <문화방송> 3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식의 변화와 함께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한국방송>은 1·2티브이 통틀어 2018년 6.3%, 2019년 8.9%에 그쳤던 수어방송 비율을 올해 상반기 12.9%까지 점차 늘려왔다. <한국방송>은 또한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에 지정되면서 지난 3월부터 수어 통역사 24시간 대기 체제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통역과 <한국방송> 재난 통역을 담당하는 김동호 수어 통역사는 10일 <한겨레>에 “또 하나의 벽이 무너진 것 같아 기쁘다. 우리 사회가 멈추지 않고 변화의 발걸음을 떼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 세상에서 ‘장애’라는 편견과 차별의 단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방송> 쪽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장애인 방송접근권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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