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중년 남성 가사도우미가 오셨습니다

등록 2020-08-21 19:47수정 2020-08-22 02:32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남자 가정부를 원해?>
&lt;채널더블유(W)&gt; 갈무리
<채널더블유(W)> 갈무리

대형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아이하라 메이(다베 미카코)는 자타 공인 영업팀 최고의 우수 사원이다. 입사 3년차부터 꾸준히 영업실적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일에만 매달렸던 메이는 스물여덟 생일을 맞아 ‘결혼’이라는 새로운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평소 ‘여자들도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엄마는 갑자기 ‘네 나이에 나는 애를 낳았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야기하고, 친한 직장 동료는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서른 전에는 결혼하기 힘들다’는 사회 통념을 강조한다. 하지만 메이는 연애는커녕 청소기 한 번 돌릴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기만 하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느라 쓰레기 더미와 함께 사는 메이를 보다 못한 동생은 메이를 위해 깜짝 놀랄 생일선물을 준비한다.

지난달부터 일본 <티비에스>(TBS) 채널과 국내 케이블 <채널더블유(W)>에서 나란히 방영 중인 드라마 <남자 가정부를 원해?>(원제 ‘나의 가정부 나기사씨’)는 직장일에 매진하느라 집을 돌볼 겨를이 없는 여성이 남성 가사도우미를 들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집안일은 적성에도 안 맞고 소질도 없는 젊은 여성 직장인, 그리고 가사노동에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유능한 중년 남성 도우미라는, 기존의 성역할 위계를 뒤집은 인물 구도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좀 더 강조되는 원작 만화와 비교해서, 드라마에서는 역전된 인물 구도의 흥미로움과 동시대 여성들의 고민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lt;채널더블유(W)&gt; 갈무리
<채널더블유(W)> 갈무리

첫 회 오프닝부터가 인상적이다. 어릴 적 메이의 장래 희망은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가족들에게 따뜻한 요리를 만들어주고 늘 미소로 가족을 끌어안는 다정한” 메이의 엄마는 가부장적 사회가 기혼여성에게 요구하는 완벽한 이상형이다. 그러나 그 다정한 엄마는 어린 메이의 꿈에 단호하게 반대 의사를 표한다. “너희는 엄마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남자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일 잘하는 여자애가 되는 거야.” 결혼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야 했던 아픔이 녹아 있는 메이 엄마의 당부는 지금의 청년 여성 세대가 가슴에 품고 있는 슬로건과도 같다.

동시에 드라마는 이런 당부가 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현실 역시 놓치지 않고 그려낸다. 메이는 아직 기성 사회가 요구하는 전통적 여성상의 억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가사노동에 소질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노처녀가 되기 전에 결혼해야 한다’는 말을 지나치지 못하는 메이의 모습은, 일에서도 사생활에서도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매여 있는 현대 여성들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이는 애초에 이런 부담에 시달릴 필요가 없는 메이의 라이벌 타도코로 유타(세토 고지)의 여유로움과 비교할 때 더욱 잘 드러난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메이와 가사도우미 시기노 나기사(오모리 나오)의 로맨스를 암시하는 관습적 전개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 작품은 성평등 시대로 가는 과도기에 일과 가정 모두에서 완벽을 추구하다 번아웃에 시달리는 요즘 여성들의 고민을 보여준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티브이 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방시혁에 맞선 ‘민희진의 난’ 돌이킬 수 없다…뉴진스 앞날은? 1.

방시혁에 맞선 ‘민희진의 난’ 돌이킬 수 없다…뉴진스 앞날은?

[인터뷰] 민희진 “난 저작권과 무관한 제작자…공식 깨고 싶은 사람” 2.

[인터뷰] 민희진 “난 저작권과 무관한 제작자…공식 깨고 싶은 사람”

[인터뷰] 민희진 "K팝 산업 고질적 문제 개선하려 시도한 것은…" 3.

[인터뷰] 민희진 "K팝 산업 고질적 문제 개선하려 시도한 것은…"

이렇게 관능적인 스포츠 영화라니, ‘챌린저스’ 4.

이렇게 관능적인 스포츠 영화라니, ‘챌린저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기후위기…SF드라마로 만드니 현실감 있네 5.

좀비보다 더 무서운 기후위기…SF드라마로 만드니 현실감 있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