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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저에게 십년 후가 있을까요?

등록 2020-09-04 19:59수정 2020-09-05 02:34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카카오티브이 드라마 <아만자>
카카오티브이 제공
카카오티브이 제공

27살의 취업준비생 동명(지수)은 고대하던 회사 면접을 앞두고 병원의 연락을 받는다. 동명을 마주한 의사는 심각한 얼굴로 그에게 암 판정을 내린다. 이미 다른 장기까지 전이가 많이 진행되어 수술도 불가능한 말기 암이었다. 믿기 어려운 현실에 당혹스러워하던 동명은 곧 이 비극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 당장 부모님 앞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얼마 전 싸우고 화해하지 못한 여자친구 민정(이설)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애써 유보했던 묵직한 물음이 다가와 가슴을 친다. 나는 과연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또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젊은 나이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의 이야기를 그린 카카오티브이 오리지널 드라마 <아만자>는 올해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혀온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검증받은 김보통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부터가 화제였다. 그동안의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대부분 젊은층의 취향에 맞춰져 한계를 보였다면,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통해 폭넓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평가받았다. 20대 후반에 불과한 주인공이 맞닥뜨린 비극적 현실은 동시대 청춘들의 좌절이면서 언제나 죽음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민이기도 했다.

이제 첫 회를 공개했을 뿐이지만, 드라마 <아만자>는 원작의 보편적 호소력을 잘 살려내고 있다. 동명의 입사 면접 장면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침에 암 선고를 받은 동명의 면접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동시에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장면으로도 보인다. 예컨대 “10년 후에 어떤 모습일 것 같습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을 받고 미리 준비한 대답을 차분히 해나가던 동명이 갑자기 말을 멈춘 뒤 “저에게 10년 후가 있을까요?”라고 되묻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말기 암 환자인 동명의 ‘내일이 보이지 않는’ 상황은, 오늘의 청년들이, 보통의 시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은유적 현실이다. 드라마는 그렇게 시작부부터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일상에 ‘얼음을 들이붓는 듯한’ 질문을 던지며 그 삶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드라마 <아만자>는 콘텐츠 제국 카카오엠(M)이 야심차게 내놓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카카오티브이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지난 1일 개국한 카카오티브이는 <아만자>를 비롯해서 웹드라마두 편과 웹예능 네 편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작품은 기존의 디지털 콘텐츠 주 소비층인 1020세대를 겨냥한 드라마 <연애혁명>이지만, 카카오티브이의 시청층 확대를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아만자>라 할 수 있다. 첫 회부터 웹드라마는 스낵 컬처라는 편견을 깨뜨릴 만한 완성도를 이미 증명했다. 회당 15분 분량의 쇼트폼이지만, 이야기의 무게와 깊이는 분량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더욱이 국내 최고의 애니메이터로 평가받는 한지원 감독이 담당한 애니메이션 파트가 본격적인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모로 하반기에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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