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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이돌의 분신’들이 몰려온다

등록 2020-09-07 04:59수정 2020-09-07 09:41

[100도] 아이돌 콘텐츠 영역 무한확장
음악에만 집중하던 시대 넘어
책·웹툰·영화·게임·한국어 교재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부가가치 창출

최근 출시된 BTS 캐릭터 ‘타이니탄’
유튜브 영상 내놓고 광고 모델까지
블랙핑크는 아바타로 차별화 시도
뮤비·가상현실앱으로 영역 확장

데뷔 앞둔 남성 9인조 ‘고스트 나인’
‘글리즈’라는 캐릭터 먼저 선보여
또다른 신인 ‘피원하모니’는
데뷔 맞춰 영화 개봉할 계획

한편에선 “과도한 상업적 이용” 우려도
방탄소년단(BTS)의 캐릭터 타이니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BTS)의 캐릭터 타이니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녀의 삶은 버겁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그는 각종 아르바이트(알바)로 쉴 틈이 없다.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가 그러하듯, 그의 일주일은 ‘알바’로 시작해 ‘알바’로 끝이 난다. 시간표를 보면 ‘카페 알바’ ‘학원 레슨 알바’ ‘개인 레슨 알바’ ‘보컬 입시 반주’ ‘입시 반주 합주’로 빼곡하다.

주말도 다르지 않다. ‘웨딩홀 반주 알바’와 ‘공연장 스태프 알바’가 그를 기다린다. 일주일 동안 자신의 ‘꿈’을 위해 학교 연습실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5시간뿐이다. 저녁 시간, 아르바이트하는 카페 주방에서 일하다 말고, 홀로 탁자를 건반 삼아 머릿속으로 음을 떠올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이유다.

그런데 연습도 잠시, 한 통의 영상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자는 그가 집에 두고 온 노트북이다. ‘어라?’ 전화를 받아보니, 깜찍한 7명의 ‘소년’들이 “안녕” 인사를 하고는 노래를 부르며 칼군무를 선보인다. 이내 사각형 마법의 문을 통해 스마트폰 밖 현실로 뛰쳐나와서는 주먹 인사를 건넨다. 힘내라는 응원의 손길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웹툰 <화양연화 파트0 : 세이브 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웹툰 <화양연화 파트0 : 세이브 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지난달 8일 공개한 방탄소년단의 캐릭터 ‘타이니탄’(Tiny Tan·작은 방탄소년단) 영상은 멤버들의 ‘미니미’ 캐릭터가 현실의 무게에 지친 주인공 앞에 나타나 위로를 전하고 성장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방탄소년단의 제2의 자아가 발현돼 타이니탄이라는 캐릭터가 됐고, 이들이 ‘매직 도어’를 통해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모두의 ‘꿈’을 응원한다는 설정이다.

타이니탄은 방탄소년단의 뚜렷한 개성과 세계관을 그대로 갖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담당하는 빅히트아이피(IP)는 지난달 10일 타이니탄 공식 출시를 알리며 “방탄소년단 멤버의 평소 습관이나 특징적인 포즈뿐만 아니라, 그들이 음악과 퍼포먼스로 전해온 선한 영향력과 치유의 메시지까지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타이니탄은 단순한 아이돌 캐릭터 상품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뚜렷한 개성과 세계관을 고스란히 갖췄지만, 독자적인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최근 광고모델로 발탁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타이니탄은 섬유유연제 브랜드 피앤지(P&G) 다우니의 특정 제품 모델이다. 지난해 멤버 정국이 사용한다고 알려지면서 품절 대란이 벌어진 제품이다. 방탄소년단이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캐릭터만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게임 &lt;비티에스유니버스 스토리&gt;. 넷마블
방탄소년단(BTS)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게임 <비티에스유니버스 스토리>. 넷마블

바야흐로 신 아이돌 시대다. 가수의 음반·음원·굿즈(기념품)와 콘서트·방송만을 소비하던 시대에서 그들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담은 캐릭터, 영화, 드라마, 웹툰, 출판, 다큐멘터리 등 2차, 3차 콘텐츠까지 소비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콘서트가 줄줄이 중단되고 음반 발매가 미뤄지면서 수익 다각화를 고심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이런 시도가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방탄소년단이 타이니탄 캐릭터로 팬들을 유혹한다면, 블랙핑크는 아바타로 차별화를 꾀한다. 블랙핑크 소속사인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일 공식 블로그와 블랙핑크 공식 에스엔에스(SNS)에 이들의 신곡 ‘아이스크림’ 아바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아바타로 재탄생한 블랙핑크 멤버와 팝스타 설리나 고메즈가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실제 뮤직비디오에선 코로나19로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지만, 아바타들은 함께 모여 한 팀처럼 안무를 이어간다.

블랙핑크 아바타.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 아바타.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상은 블랙핑크와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인 제페토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현실에선 어려운 일들이 가상공간에서는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글로벌 팬들은 제페토 앱을 통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3차원(3D) 가상공간으로 꾸며진 블랙핑크의 집을 방문해 이곳저곳 둘러보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블랙핑크의 액세서리나 옷 등 아바타용 아이템을 살 수도 있다.

이 앱에선 가상 팬 사인회도 열린다. 팬들은 실제 사인에 기반을 둔 멤버들의 가상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콘서트와 팬 사인회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상이지만 팬들은 아바타로 가수를 대면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앱의 기본 용도는 글로벌 아바타 서비스로 상업용이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분사한 독립법인이다. 블랙핑크 팬서비스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데뷔하기에 앞서 캐릭터부터 내놓은 신인 아이돌 그룹도 있다. 이달 데뷔하는 남성 9인조 그룹 고스트나인은 지난 3일 고스트 캐릭터인 ‘글리즈’(GLEEZ)를 선보였다. 글리즈는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9명의 유령이다. 이름은 텅 빈 지구 안에 사는 유령들을 뜻하는 영어(Ghosts Living in an Empty Earth) 앞글자를 딴 뒤 제트(Z)를 붙인 것이다.

오는 10월 개봉하는 영화 &lt;피원에이치(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gt;. 이 영화는 다음달 데뷔하는 6인조 남성 아이돌 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을 담았다.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
오는 10월 개봉하는 영화 <피원에이치(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 이 영화는 다음달 데뷔하는 6인조 남성 아이돌 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을 담았다.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

소속사인 마루기획 관계자는 “고스트나인은 앞으로 활동하며 ‘지구공동설’을 기반으로 한 세계관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구공동설은 지구 내부가 비어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가설이다. 고스트나인 활동 스토리는 9명의 멤버가 다른 세상에서 온 유령들을 만나 성장해 나간다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세계관은 쉽게 말해 ‘설정’이다. 이들이 데뷔에 앞서 세계관을 먼저 선보이는 것은 꾸준히 서사를 쌓아온 팀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좀 더 쉽게 끌어내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아이돌의 세계관을 영화로 내놓는 이들도 있다.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 데뷔하는 6인조 남성 아이돌 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을 담은 영화 <피원에이치(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데뷔 시기에 맞춰 개봉할 계획이다. 미래, 과거, 현재 등 다른 차원에 흩어진 소년들이 분노와 폭력성을 극대화하는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지구를 구하고자 희망의 별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아이돌 그룹이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영향이 크다. 방탄소년단은 그룹 활동에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팀이다. 이들은 데뷔 때부터 앨범을 낼 때마다 연작 형식으로 서사와 세계관을 만들어왔다. 학교를 주제로 한 이른바 ‘학교 3부작’에 이어 청춘을 다룬 <화양연화> 2부작, 갈등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윙스> 시리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러브 유어 셀프> 시리즈, 나를 찾는 여정을 풀어낸 <맵 오브 더 솔> 시리즈 등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관은 드라마, 책, 웹툰, 게임,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로 활용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빅히트는 드라마 및 콘텐츠 제작 업체인 초록뱀미디어와 함께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담은 드라마(<푸른 하늘>)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 6월에는 이들의 음악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그림책(<그래픽 리릭스>)을 출간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들의 세계관을 담은 소설(<화양연화 더 노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엔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한국어 학습 교재까지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네이버 웹툰(<화양연화 파트0 : 세이브 미>)을 비롯해 게임회사 넷마블과 협업한 게임(<비티에스(BTS) 월드>)도 지난해 내놨다. 조만간 이들을 활용한 또 다른 게임인 <비티에스 유니버스 스토리>도 출시한다. 이들의 무대 위 모습과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네 편이 만들어져 세 편이 이미 관객들을 만났다.

9월 데뷔하는 남성 9인조 그룹 고스트나인의 캐릭터인 ‘글리즈’(GLEEZ). 마루기획 제공
9월 데뷔하는 남성 9인조 그룹 고스트나인의 캐릭터인 ‘글리즈’(GLEEZ). 마루기획 제공

이런 콘텐츠 사업의 다각화는 빅히트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지난 6월 펴낸 산업분석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빅히트의 매출액(이하 연결기준)에서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한 매니지먼트 사업(음반, 음원 등)을 뺀 지식재산권, 광고 등 기타 사업 매출액(138억원)은 5%가 안 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 매출액이 1270억원으로 9배 넘게 늘어 전체 매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에서 파생된 드라마와 게임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어내며 흔들림 없는 수익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는 (일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종합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돌 그룹이 과도하게 소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이돌 음악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다양한 사업 모델은 팬들이 자신의 스타를 일상적으로 즐기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측면이 크다”면서도 “아이돌 스타가 아니었으면 굳이 소비되지 않을 콘텐츠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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