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방탄소년단(BTS)의 모습을 담은 <인더숲 비티에스 편>(JTBC).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푸른 숲속에 자리잡은 마당 넓은 집에서 7명의 멤버가 휴식을 취한다. 각종 음식 재료를 비롯해 컴퓨터 게임기, 운동기구, 심지어 횟감용 생선이 담긴 수족관까지 없는 게 없다. 자연 속에서 멤버들은 함께 음식을 해 먹고, ‘따로 또 같이’ 놀거나 쉬면서 시간을 보낸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제이티비시(JTBC) <인더숲 비티에스(BTS) 편>은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방탄소년단(BTS)의 모습을 담은 예능프로그램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쉬는 멤버들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마치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집콕’ 시대에 ‘탈도시 힐링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고 여행을 떠나기도 힘든 상황에서,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힐링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부활하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도 <캠핑클럽>(제이티비시) 등 몇몇 힐링 예능이 방송을 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경향의 프로그램이 수적으로 훨씬 많아졌다. 제작 방식 역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가 바퀴 달린 ‘타이니 하우스’(작은 집)를 끌고 인적이 드문 시골을 유랑하는 모습을 담은 <바퀴 달린 집>(tvN). 티브이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퀴 달린 집>(티브이엔)이다.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이 프로그램은 배우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가 바퀴 달린 ‘타이니 하우스’(작은 집)를 끌고 인적이 드문 시골을 유랑하는 모습을 담았다. 강원도 고성, 제주, 전북 고창, 경북 문경, 경기 남양주, 강원 춘천, 경남 거제 등이 이들의 발길이 닿은 곳이다. 아이유, 하지원 등 초대 손님과 함께 산, 들, 강, 바다를 배경으로 하루를 보내고 지역 특산물로 식탁을 차리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과 대자연 속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대중의 욕망을 건드리며 인기를 끌었다.
애초 이 프로그램은 바퀴 달린 집으로 전국의 예쁜 시골 마을을 돌며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형식으로 기획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이 드문 한적한 곳에서 출연진이 머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 5~7월 방송을 탄 <삼시세끼 어촌편 5>(티브이엔) 역시 기존 촬영지였던 전남 만재도나 득량도가 아닌 인구 3명(2016년 기준)으로 사실상 무인도에 가까운 죽굴도로 향했다.
라미란, 김숙, 정혁이 ‘차박’(차에서 숙박)을 하며 여러 지역의 캠핑 명소를 소개하는 <나는 차였어>(KBS JOY). 케이비에스 조이
<바퀴달린 집>과 비슷한 형식의 예능도 최근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을 한 <나는 차였어>(케이비에스 조이)는 라미란, 김숙, 정혁이 ‘차박’(차에서 숙박)을 하며 여러 지역의 캠핑 명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비대면(언택트) 시대 2030세대의 새로운 여행 흐름으로 떠오른 ‘차박’의 로망을 자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안정환과 이영표가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자유로운 무인도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안싸우면 다행이야>(문화방송)도 지난 7월 파일럿(시험 프로그램) 방송에 이어 다음달부터 정규 편성할 예정이고, 제이티비시에서는 캠핑을 통한 힐링 예능 <갬성캠핑>(가제)을 준비 중이다.
안정환과 이영표가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자유로운 무인도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안싸우면 다행이야>(MBC). 유튜브 갈무리
이처럼 예능이 탈도시 힐링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퀴 달린 집>을 연출한 강궁 피디(PD)는 “최근 캠핑이나 차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기보다는 ‘한 달 살기’처럼 한곳에 오래 머물며 살아보는 여행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일들이 어려워지다 보니, 그런 욕구나 수요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 같다”며 “국외 여행길은 막혔고, 국내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하기 때문에 제작진으로선 국내의 외진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피디는 이어 “시청자들은 고립된 곳에서 예능을 촬영하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장소를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우리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선 안 되고, 모든 이가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을 찾아야 한다. 장소 섭외에 애를 많이 먹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예능이 코로나 시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눈이 갈 수밖에 없다”며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의 접촉점을 줄일 수 있는 독채에서 지내며 ‘쿡방’(요리하는 방송)과 ‘먹방’(먹는 방송)을 결합한 방송이 여행 예능의 포맷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