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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화성 탐사팀의 말 ‘파괴에서 발견으로 전환할 뿐’

등록 2020-09-12 10:39수정 2020-09-12 10:42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어웨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가까운 미래,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가 시작된다. 국제협력으로 탄생한 탐사팀의 최종 인원은 각각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인도에서 선발된 승무원 5명이었다. 해군 파일럿 출신의 우주비행사 에마 그린(힐러리 스왱크)은 훈련 과정에서 뛰어난 능력과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끝에 연합팀의 사령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전세계의 시선이 탐사팀에 쏠린 가운데 역사적인 출발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출발 몇시간 전 탐사선에서 급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고, 이는 운명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팀원들 사이에 치명적인 분열을 야기한다. 설상가상으로 에마에게도 가족사적인 문제가 일어난다.

지난 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어웨이>는 인류의 첫 화성 탐사팀을 이끌게 된 사령관 에마 그린과 그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어웨이’(Away)라는 제목은 화성까지의 머나먼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는 동시에, 인간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제목대로 멀고 먼 화성까지 비행하는 과정을 그린 우주적 로드무비와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휴먼드라마라는 두 갈래의 트랙으로 진행된다. 먼저 두드러지는 것은 다국적 팀원 간에 펼쳐지는 갈등의 드라마다.

팀원들은 겉으로는 협력을 표방하면서도 서로를 견제하는 국제사회의 파워게임을 축소한 듯한 관계를 보여준다. 사령관이자 미국인인 에마와 그녀를 견제하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미샤 포포프(마르크 이바니르), 중국 인민의 희망인 화학자 루 왕(비비안 우)의 대립이 대표적이다. 다소 도식적인 이 갈등 구도는 각자의 개인사가 차츰 드러나면서 비로소 입체적인 드라마로 발전한다. 특히 여성 대원이 둘뿐인 탐사팀 안에서 에마와 루의 변화하는 관계는, 이 작품의 여성주의 서사로서 미덕을 돋보이게 하는 흥미로운 설정이다.

더 인상적인 지점은 지금 이 시대에 <어웨이>가 던지는 질문에 있다. 드라마의 도입부, 화성 탐사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연 탐사팀에게 한 기자가 묻는다. “이 탐사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을 지구의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쓰는 게 더 낫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교육과 의료 문제를 제쳐두고 우리의 지구보다 화성에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요?” 에마는 답한다. “미국에서만 매년 1조달러를 군비로 지출해요. 이번에 참가한 국가들의 경우도 서로를 지상에서 없애버릴 생각뿐이죠. 이 탐사는 그런 비용의 극히 일부분으로, 함께 협력해 군사 장비의 용도를 파괴에서 발견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그리고 에마의 이러한 대답은 화성으로의 출발 전, 인류를 향한 연설에서 더 뚜렷한 메시지로 강조된다. “어쩌면 협력은 인간 본성이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미래는 우리에게 협력을 요구하죠. 이제 우리는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합칠 겁니다.”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과제 앞에서 인류는 과연 연대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어웨이>의 도입부와 에마의 연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힘겹게 통과하고 있는 인류 공동의 고민을 환기한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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