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랑계 큰 어른으로, 1970~80년대 한국 화랑협회를 이끌며 미술 시장 기반을 닦은 박주환 전 동산방화랑 회장이 21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 고인은 충남 당진 출신으로 청년 시절부터 그림을 액자·족자·병풍으로 만드는 표구술의 실력자였다. 1961년 표구사 동산방을 세워 정선, 심사정, 김홍도, 신윤복 등 조선시대 거장들의 작품과 이상범, 천경자, 박노수 등 근대 대가들의 작품을 도맡아 표구했다. 1975년 동산방을 전시와 작품 거래를 겸하는 화랑으로 바꾸고 옛 서화 특별전과 동양화 중견작가 초대전 등을 지속하면서 화랑가를 대표하는 전시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 사회비판 미술인 모임 ‘현실과 발언’의 창립 전이 정부의 탄압으로 무산될 처지에 놓이자 그의 결단으로 전시장을 내준 것도 유명한 일화다. 1976년 한국 화랑협회 결성을 이끈 고인은 2대, 6대 회장을 지내며 초창기 미술 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유족으로 아들 우홍(동산방 대표)·우성(재미 의사)·우석(재스웨덴 디자이너)씨가 있다. 빈소는 23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차릴 예정이다. 발인은 25일오전 9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