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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두번째 자아’ 복제인간이 내 아내를 사랑한대

등록 2020-09-25 20:10수정 2020-09-26 02:32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리빙 위드 유어셀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중년의 마일스 엘리엇(폴 러드)은 위기의 남자다. 아내 케이트(애슐링 비)와는 난임 문제로 사이가 멀어졌고, 직장에서는 실수 연발로 상사의 눈 밖에 났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진 마일스에게, 직장 동료 댄(데스민 보르헤스)이 가게 하나를 소개한다. 마사지를 받기만 해도 자신감이 저절로 충전된다는 신비한 스파 가게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게를 찾은 마일스는 그곳이 불법 디엔에이(DNA)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복제인간 마일스(폴 러드)는 모든 면에서 원본 마일스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리빙 위드 유어셀프>는 위태로운 중년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분신과 동거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에스에프(SF) 장르에서 어느덧 진부해진 복제인간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피로사회 속 현대인들의 욕망을 관통하는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첫 회, 회사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마일스의 컴퓨터 화면에는 “쇄신”(Refresh)이라는 단어가 떠 있다. 일에만 매달리다가 번아웃중후군에 시달리게 된 마일스에게는 무엇보다 이 쇄신이 필요하다.

그 순간 기적처럼 나타난 복제인간은 마일스에게 바로 이 쇄신의 기회를 준다. ‘새 마일스’는 원본과 생김새만 똑같은 것이 아니라 기억력까지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일스의 장점을 극대화한 듯한 유능함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완벽한 새 마일스가 회사에 나가서 상사와 동료들의 인정을 받는 동안 원본 마일스는 집에서 한껏 게으름을 부리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시나리오를 쓰는 등 재충전의 여유를 가진다.

이러한 재충전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넘어 주변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일스와 케이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던 부부였지만 바쁜 생활에 아이 문제까지 겹쳐 불화를 겪게 된다. 그런 점에서 <리빙 위드 유어셀프>는 모든 삶을 새롭게 바꾸고 싶은 현대인들의 ‘리셋 판타지’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

드라마의 본격적인 갈등은 이러한 복제인간 소재 이야기에서 늘 제기되어온 정체성 문제에서 어김없이 발생한다. ‘새 마일스’를 재충전을 위한 대체물로 여겼던 마일스는 복제인간이 모든 점에서 우월한 면모를 보이자 특유의 위계의식이 발동하며 점차 적대감을 키우게 된다. 그런가 하면 원본의 기억까지 그대로 복제한 ‘새 마일스’는 케이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그녀의 옆자리를 욕망하게 된다. 같은 양상의 갈등이 케이트에게도 찾아온다. 권태기를 느꼈던 남편과 새로운 열정으로 다가오는 복제인간 마일스 사이에서 케이트는 혼란스러워한다. 그리하여 원본과 복제품의 경계를 지워버리는 극의 결말은 사뭇 유쾌하게 다가온다.

<리빙 위드 유어셀프>의 또 다른 매력은 영화 <앤트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폴 러드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에 있다. 1인2역을 맡아 자신과의 치열한 연기 대결을 펼친 폴 러드는 이 작품을 통해 골든글로브 티브이 코미디, 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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