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긴장감 떨어진 ‘비밀의 숲2’…굵직한 한방 없이 떡밥만 잔뜩

등록 2020-09-29 04:59수정 2020-09-29 08:25

[기자·평론가 3인, 종영 앞두고 곱씹기]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둔 <비밀의 숲2>. 티브이엔 제공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둔 <비밀의 숲2>. 티브이엔 제공

“이런 소재를 다룬다는 게 대단하다.” “소재주의에 함몰돼 있다.”

<비밀의 숲 시즌2>(티브이엔) 첫 방송 당시 전문가들의 평가는 갈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소재는 의미 있지만, 구성·내용 등의 밀도가 약했기 때문이다. 검경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드라마 특성상 어떻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느냐가 성공 열쇠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종영 2회를 앞두고 14회까지 내달린 현재는 어떨까?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즌1의 3~6%보다 높지만, 화제성은 시즌1보다 약하다. 다각도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즌1의 상징성이 컸던 만큼 이유를 짚어봤다. 김효실·남지은 기자,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가 참여했다.

남지은 기자 전반적으로 시즌1보단 아쉽다. 흥미진진함이 떨어진다. 이유가 뭘까? 구성의 문제 같다. 시즌1이 ‘박무성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다른 사건들이 긴밀히 연결돼 검찰 내부의 폐해를 까발리는 결말을 향해 끝까지 휘몰아쳤다면, 시즌2는 검경 수사권 갈등이란 소재와 관련 사건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세곡지구대 경찰 사망 사건, 박광수 변호사 사망 사건 등이 느슨하게 나열된다.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갈등을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윤석진 평론가 시즌1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일반 사람은 알 수 없는 검찰과 경찰 조직의 내밀한 속성에 대한 궁금증이 컸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자를 포함해 조직 개혁이 얼마나 힘들고 기득권 등 보이지 않는 힘이 얼마나 견고한지 보여주면서 공포와 전율, 아울러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구나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검찰 조직의 문제점이 상당 부분 까발려진 상황이라 시즌2에선 그 이상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내용이 필요했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을 설명하는 데 그친다. 언론 보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청자는 정보가 많아졌는데 작가나 연출은 그대로인 느낌이다.

김효실 기자 검경 수사권 문제로 각 사건을 생각해 보면 통영 건은 전관예우와 수사종결권 문제, 세곡 건은 경찰에 수사권이 맡겨졌을 때의 문제, 박광수 건은 검경 야합 문제 등을 감아놨다고 생각한다. 수사권 문제가 복잡하지만 중요한 의제인데도, 검경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 밥그릇 싸움하는 걸 지겨워하며 해당 이슈에 무관심했던 시민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주제를 전달하는 연출이 아쉽다.

남지은 기자 검경 수사권 갈등이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문제의식을 시청자에게 던져줘야 하는데 잘 드러나지 않았다. 캐릭터 플레이도 약했다. 황시목과 한여진의 공조로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났던 시즌1의 사이다 전개가 거의 없다. 시즌1에서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사건을 끌어갔기에 그들에게 감정이입했다. 시즌2에서는 두 사람이 최빛과 우태하의 보조 역할에 그치는 느낌이다. 조직원으로서 참여할 뿐 발로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 시즌1에서 자신을 던져 검찰 조직을 바꾸려 했던 이창준이란 인물의 존재감이 컸다면 시즌2에 새롭게 등장한 우태하와 최빛의 존재감도 아쉽다.

윤석진 평론가 황시목과 한여진이 검경 협의회의에 참여하면서 시청자의 감정을 해소해줬어야 하는데, 조직의 일원에 그쳤다. 조직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캐릭터로 돌려놨어야 했다. 소재 자체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기득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싸움으로 다룬다는 취지였는데, 그렇다고 둘을 똑같이 비판할 수도 없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패를 아예 드러내고 가기에 다른 수가 있나 계속 지켜봤는데, 실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회적 이슈의 본질을 꿰뚫는 이수연 작가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작가가 소재주의에 함몰된 것 같다. 시즌2는 ‘이창준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고한 그들만의 플레이’라는 점이 도드라졌어야 한다. ‘침묵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라더니 대체 무엇에 침묵하는지조차 모르겠다.

김효실 기자 소재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자기 복제 구성은 안 한다고 했지만, 시즌제 드라마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바는 어느 정도 연속성이 있는 것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쫀쫀함이 살아나는 것을 봤을 때, 시즌2는 작가가 본인의 역량을 100% 발휘할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게 아닐까. 황시목과 한여진, 용산서 형사들, 강원철 검사장 등 서부지검 검사들이 계속 출연하는 시즌3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서동재 검사를 누가 납치했느냐를 추리하는 유튜브 리뷰가 많이 나오는 등 이 드라마가 시청자를 참여시키는 힘은 여전하다고 본다.

정리/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