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이 멈춰버린 요즘, 자유로웠던 때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옛 음반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고향을 찾진 못하더라도 홀로 전을 부치거나 가족과 송편을 빚으면서 추억의 명반을 들으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 음악평론가의 추천 음반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가 추천하는 첫번째 음반은 남매 듀오 카펜터스의 <카펜터스>(1971년)다. ‘슈퍼스타’ ‘레이니 데이즈 앤 먼데이즈’ 등의 곡이 수록된 음반이다. 그는 “카펜터스의 곡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등의 이름이 붙은 컴필레이션(편집) 앨범에 감초처럼 들어간다”며 “나긋나긋한 멜로디와 풍성하면서도 담백한 반주는 코로나 시대 일상에 지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받아들일 만하다”고 말했다.
그가 두번째로 꼽은 음반은 스티비 원더의 <송스 인 더 키 오브 라이프>(1976년)다. ‘아이 위시’ ‘서 듀크’ ‘어나더 스타’ 등 경쾌한 곡이 포함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또한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을 위해 만든 ‘이즌 쉬 러블리’ 덕분에 가족들이 함께 듣기에도 좋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동익과 이병우로 꾸려진 전설적인 포크 듀오 어떤날의 데뷔 앨범 <어떤날1>(1986년)도 “일상에서 떠오른 상념, 보통 사람들이 쉽게 마주하는 풍경을 기록한 노랫말이 친근하고,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시대에 다시 들어볼 음반으로 그가 추천했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영화 오에스티(OST)를 꼽았다. “‘특선영화’를 빼놓은 추석은 생각하기 어렵고, 오에스티를 들으며 영화도 함께 찾아보면 좋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레트로 열풍으로 1980년대 음악을 재해석한 곡들이 사랑받는 상황에서 당대의 영화음악은 향수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새로움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평론가가 추천한 3편의 영화 오에스티는 <탑건> <더티 댄싱> <퍼플 레인>이다. 특히 <탑건>은 올해 개봉하기로 한 <탑건2>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년 7월로 개봉이 미뤄지면서 영화 팬들의 허전함을 일부 달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는 내다봤다. <탑건> 하면 떠오르는 ‘마이티 윙즈’나 ‘데인저 존’ 등은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날려버릴 만큼 신나고 강렬하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박학기의 데뷔 앨범인 <박학기 1집>(1989년)을 추천했다. “레트로가 유행인 요즘 1990년대 댄스가요가 추억의 ‘흥’을 담당한다면, 당시의 ‘서정’을 담당하는 것은 발라드 앨범”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이문세나 변진섭, 신승훈도 좋지만, 깨질 것 같은 투명한 감정이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박학기의 데뷔 앨범을 이길 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앨범으로는 9월1일 발표된 가을방학의 <세상은 한장의 손수건>을 소개했다. “노래 하나하나에 맺힌 가을 느낌이 코로나를 만나기 전 우리가 기억하던 그 가을을 똑 닮아 뭉클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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