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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어떻게 없는 셈 쳐요, 우리 반 학생인데

등록 2020-10-09 19:33수정 2020-10-10 02:33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시즌 오리지널 드라마 <학교기담–오지 않는 아이>
올레티브이 제공
올레티브이 제공

교사를 꿈꾸는 수아(김소혜)는 교생 실습을 위해 한 지역의 응보고등학교로 내려간다. 수아가 담당하게 된 교실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빈자리 하나가 있다. 자리의 주인을 묻는 수아에게 담임 교사 최지훈(이규현)은 무신경하게 ‘장기 미출석 학생이니 없는 셈 치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오지 않는 아이가 걱정이 된 수아는 영석(정윤석)의 집을 직접 찾아간다. 가정폭력의 정황이 의심되는 비참한 환경에서 영석을 만난 수아는 그를 다시 학교에 나오게 하려 애쓴다. 수아의 간곡한 말에 마음을 연 영석은 다시 학교를 나오지만, 웬일인지 그때부터 학교에서는 불길한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기 시작한다.

장기결석 학생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룬 드라마 <오지 않는 아이>는 같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공포 시리즈 <학교기담> 시리즈의 두번째 에피소드다. <오지 않는 아이>를 비롯해서 학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8년>, 신임 교사가 가족의 비극을 알게 되는 <응보> 등 총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학교기담> 시리즈는 공포드라마가 드문 방송계에서 신선한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철민, 유영선, 한상희 등 촉망받는 영화감독 3인이 각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아 영화 못지않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시네드라마’를 표방한다.

8월 말, 케이티(KT)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즌(Seezn)에서 선공개된 뒤, 티브이조선과 올레티브이에서 동시 방영되었다. <학교기담>은 제작, 공개 방식, 장르적 실험 등 여러 면에서 웨이브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이 합작한 시네마틱 드라마 시리즈 가 연상되는 프로젝트다. 실제로 두 시리즈 모두 완성도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플랫폼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콘텐츠의 가치를 새삼 환기하는 모범 사례로 남을 듯하다.

이 중 <오지 않는 아이>는 한국 호러물의 새 장을 연 원조 학원공포물 <여고괴담>을 재해석한 이야기로 눈길을 모은다. 모두가 입시경쟁에 매몰된 폐쇄적인 학교 안에서 소외되었던 <여고괴담>의 ‘그 학생’은, <오지 않는 아이>에서 차별과 학교폭력이 일상화된 시대의 장기 미출석 학생으로 되돌아온다. 교직은 더 이상 안정된 일자리가 아니고 교사도 치열하게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취약계층의 아이들은 너무도 쉽게 방치되고 가볍게 버려진다. 더구나 코로나19 장기화 시대에 재택 교육이 늘어나면서 아동·청소년 방임과 학대가 점점 늘어나는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더 무섭고 비극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여고괴담>의 재해석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은 수아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불안을 스릴러 문법으로 풀어낸 점이다. 교생인 수아에게 노골적으로 집적대는 담임 교사, 자신보다 먼저 취업 전선에 뛰어든 수아에게 열등감을 표출하는 남자친구 등 수아를 둘러싼 상황 자체가 현실적인 공포다. <오지 않는 아이>는 그렇게 수아와 영석의 서사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으며 사회적 그늘을 녹여낸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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