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돼야 한다.”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1991년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곡 ‘더 쇼 머스트 고 온’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멈췄지만, 머큐리의 노래처럼 쇼는 온라인을 타고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에 위안을 주는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공연과 올해 온라인으로 열리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한겨레> 문화부 두 기자가 ‘방구석’에서 체험한 관전기를 전한다.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장필순과 더 버드가 포크 듀오 어떤날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푸른 잔디밭, 별 총총한 밤하늘, 달콤쌉쌀한 와인, 이 모두를 포근하게 감싸안는 재즈 선율. 해마다 이맘때쯤 경기도 가평 북한강의 자라섬에서 열리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떠올리면 따라오는 기억들이다. 올해 제17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유독 기다렸다.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갑갑함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2004년 첫발을 디딘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 세계 55개 나라 1118개 팀의 재즈 음악가들이 참여했고 누적 관객이 230만명에 이르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다. 올해는 국내 음악인들로만 출연진을 짜고 9~11일 오프라인으로 열려 했으나, 결국 온라인 전환을 결정했다. 대신 애초 사흘이던 축제 기간을 17일로 늘려 오는 25일까지 매일 저녁 6~9시 유튜브와 네이버티브이로 전한다.
첫날인 9일 내 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텔레비전과 연결하고 유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공연 시작 5분 전부터 라이브 채팅창에서 사람들이 기대감을 나누고 있었다. 조성일씨는 “이렇게라도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이어지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해 옛 가평역사 자리에 개관한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첫 순서로 이한얼 트리오가 펼치는 공연의 실시간 중계가 시작됐다. 오프라인 축제였다면 무대 위 연주자들이 손바닥만하게 보였겠지만, 카메라가 가까이서 잡은 덕에 피아니스트 이한얼의 등에 묻은 하얀 실오라기까지 눈에 훤히 들어왔다. 채팅창에 “실오라기를 떼주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뻐킹매드니스가 연주하고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현장감이 떨어지다 보니 처음엔 몰입이 쉽지 않았지만, 연주가 달아오를수록 서서히 빠져들었다. 부족한 현장감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 건 공연을 함께 보는 이들끼리 활발하게 소통하는 재미였다. 오프라인이었다면 옆자리 관객과 얘기하지 않았을 테지만, 채팅창에선 거리낌 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이디 ‘이태리친구’가 “여기 이탈리아예요. 이렇게 자라섬에 참여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라고 하자 김현씨는 “차오(이탈리아 인사말). 이태리 분, 건강 유의하세요”라고 따뜻한 말을 건넸다.
갑자기 지지직 소리가 났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살펴봤다. 채팅창을 보니 “사운드 튀는 거 저만 그런가요?” “우리 집 스피커가 이상한가 해서 만져봤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네요” 하는 얘기들이 올라왔다.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안도하며 기다리니 얼마 뒤 잡음이 사라졌다. 채팅창에서 다 함께 기뻐했다.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도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공동체 같았다.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이성찬 그룹이 연주하고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한국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 출신 트럼펫 연주자 윱 반 라인이 이끄는 팀 ‘윱 반 라인 블로 아웃’과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를 주축으로 한 12인조 빅밴드 뻐킹매드니스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런 건 현장에서 따끈한 뱅쇼 마시며 봐야 하는데…” “작년에 밤에 추워서 패딩 입고 공연 볼 때가 그립네요” 하는 추억담이 쏟아졌다. 누군가가 “집에서 와인을 땄다”고 하니 누구는 “지금 막걸리 마시며 보는 중”이라고 했다. 나도 캔맥주를 따고 햄버거를 베어 물었다.
둘째 날인 10일에도 접속했다. 채팅창에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이성찬 그룹, 디어재즈오케스트라에 이어 더 버드와 장필순이 무대에 올랐다. 조동익·이병우가 결성한 1990년대 전설의 포크 듀오 ‘어떤날’의 노래를 퓨전재즈로 재해석해 들려주는 특별한 순서였다. ‘하늘’ ‘출발’ ‘하루’ 등을 부른 장필순은 “남편 조동익이 이 자리에 오면 좋겠지만, 잘 안 나서는 성격이라 제가 왔다. 조동익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장필순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두를 위로하려는 듯 ‘너무 아쉬워하지 마’를 노래했다. 마음이 치유되고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
서정민 기자가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공연을 보며 맥주와 햄버거를 먹고 있다. 서정민 기자
무대가 끝나니 또 아쉬웠다.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축제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일까지 주말에는 라이브 공연을 중계하고, 주중에는 미리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올린다. 관람은 무료이며, 원하는 경우 후원도 가능하다. 나도 1만원 후원 티켓을 샀다. 각 영상은 이틀 뒤부터 1년 동안 엘지유플러스 아이피티브이(IPTV)와 모바일티브이로 다시 볼 수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